[인싸핫플] 혐오가 뿌린 고통의 씨앗을 마주하다
by강경록 기자
2022.03.18 00:00:02
BTS 지민이 다녀간 제주 서귀포 포도뮤지엄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을 주제로 전시회 열려
가깝지만 먼 이웃 한중일 작가가 참여
2층에선 ''케테 콜비츠''의 전시회도
|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인피티니 미러 속의 앵무새는 아무 생각없이 소문을 옮기는 사람을 상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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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혐오’가 만연한 세상이다. 혐오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고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그 자체가 혐오의 시작이다. 성별이나 종교, 하물며 형편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금도 혐오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한류 그룹 방탄소년단(BTS). 그 멤버인 지민은 최근 제주 서귀포의 ‘포도뮤지엄’을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혐오’의 실체를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과연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곳에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류를 서로 적대시켜 분란을 일으키는 혐오와 혐오 표현 현상을 예술가의 시각을 통해 경험하고, 공감의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한 시뮬레이션 전시회다. 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가깝지만, 먼 이웃’인 한·중·일 3개국에서 모인 8인의 작가들이다.
|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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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입구. “그 얘기, 들었어?”라는 강렬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쪽 벽면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벽 안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똑같이 따라하는 앵무새가 있다. 벽에 난 구멍에는 소문이 가득하다. 개인과 개인이 나눴던 뒷말들, 매스컴에서 숱하게 퍼뜨려 온 불완전한 사실들, 역사적으로 거짓으로 판명 난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편견들이다.
|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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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으로는 세계 근현대의 비극들이 영상으로 어지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성별·계급·나이 등 사실상 우리 일상 곳곳에 퍼져있는 혐오 행위들이다. 근거 없는 소문의 씨앗이 맺은 고통이다. 이는 곧 혐오가 우리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소문의 벽을 지나면 혐오의 정체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온몸을 온갖 혐오로 채웠거나, 전쟁과 학살, 탄압 등 혐오의 파편으로 인한 역사적인 순간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제주 서귀포 포도뮤지엄에서는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2층에 전시중인 세계적인 작가 케테 콜비츠의 ‘어머니와 두 아이’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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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2층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혐오가 뿌린 씨앗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인 ‘케테 콜비츠’는 노동자 계급의 고통과 고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그가 온몸으로 겪어낸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전시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