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격정 토로…"미, 9·11 테러 기억하며 도와달라"(종합)

by김정남 기자
2022.03.17 00:10:31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미 의회 연설
"미, 평화 지키는 세계 지도자 돼 달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평화를 지키는 세계의 지도자가 돼 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15분간 화상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건 평화의 지도자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해외 정상이 화상 연결을 통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건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21일째인 이날 격정 토로에 가까울 정도로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미국 의원들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생각할 때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때 하와이 진주만에서 일본의 공격을 받았던 것과 2001년 당시 9·11 테러를 당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의 모습, 우크라이나 아이와 여성이 울부짖고 희생자를 땅에 던지듯 묻는 모습 등 참혹한 장면을 담은 1분30초짜리 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미국 의회가 더 많은 일을 해 달라”며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원하는 모든 러시아 정치인을 제재하고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 파괴에 사용할 수 있는 단 한 푼의 돈도 받을 수 없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미국 기업들은 러시아를 떠나 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요구한 뒤 “그것이 어렵다면 항공기와 방공 시스템을 제공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