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돈 풀어 경기 반등 후…저성장 온다”

by이명철 기자
2022.01.09 06:00:00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 급락 경계
“올해 초불확실성 시대 직면, 韓 경제성장률 2% 후반대”
“국가가 기업가 역할 수행, 혁신이 경제 성장 방법”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9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보다 1%포인트 가량 낮은 2%후반대로 전망되고 이번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잠재성장률 자체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원장은 ‘나라경제 1월호’를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규제 혁신, 혁신을 통한 주력 산업 세대교체, 노동 유연성 확보, 교육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이데일리DB)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9%로 유지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발 불확실성은 높아진 상태다.

허 원장은 올해 세계 경제가 경기 회복 하방 요인이 우세한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공포로 험로가 예상되고 국제금융협회(IIF)는 ‘퍼펙트 글로벌 인플레이션 스톰’이 올 것으로 경고했다”며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가치사슬 훼손, 차이나 리스크, 탄소중립, 미국 금리 인상에 긴축 발작 가능성 등은 잠재적으로 폭발력이 큰 리스크”라고 지목했다.

한국 경제도 오미크론 변이, 기저효과 약화, 물가 상승, 통화·금융 정책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불안 요인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허 원정은 “경기 친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금융 정책 정상화 속도 조정, 재정 정책 기동성 확보, 취약계층 중심 민생 안정 강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가계 소득 감소와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져 취약계층 중심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생활 여건이 크게 악화하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도 경계했다.

그는 “지금은 돈을 풀어 경기 반등을 도모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저성장이 시작되는 우울한 미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잠재성장률 급락을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한국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허 원장은 “규제 개선과 다양한 인센티브로 노동 부족을 자본 축적으로 보완할 성장 구조의 고도화가 요구된다”며 “국가도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잠재된 혁신성·역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이폰에 탑제된 GPS,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시리(애플 음성인식 서비스) 등 핵심기술은 모두 국가 지원으로 개발됐다”며 “미국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필요한 재정적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 기술의 탄생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기업가형 국가는 단순히 정부의 큰 역할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민간 혁신을 지원하고 소통·협력을 통해 제도·정책 과제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수립해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허 원장은 “혁신이야말로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끄는 유일하고도 완전한 방법”이라며 “혁신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국가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