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두호 기자
2021.11.12 02:17:33
한해 낙태 110만건 → 거짓
매년 여성 10명 중 3명이 낙태 ? → 거짓
언론에서 보도한 낙태 5만건은 낙태죄로 처벌받은 사람의 수? -> 거짓
[이데일리 박두호 기자] “낙태 횟수는 연간 110만 건으로 신생아 수의 세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낙태 한해 110만 건은 팩트일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의 내용이다.
이 게시글에는 “보건복지부가 2010년 가임기 여성을 상대로 인공임신중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 10명중 3명꼴(29.6%)로 낙태 수술 경험이 있다”며 “언론에서 보도한 낙태 5만 건은 낙태죄로 처벌받은 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해 낙태 110만 건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6만이 넘었다. 이 게시글과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도 13만, 2만 등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낙태가 110만 건이라는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작년 출생아 수는 27만명으로 한해에 낙태가 110만 건이 사실이라면 매년 낙태는 신생아수보다 4배나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해보았다.
한해 낙태 110만 건 → 거짓
결론부터 말하면 한해에 낙태가 110만 건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낙태가 110만 건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017년 1월 국회 토론회에서 연간 낙태가 110만 건이라 발표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서 가임기 여성의 29.6%가 낙태했다는 내용이다. 게시글 내용은 보건복지부 자료에서 가임기 여성 10명 중 3명이 낙태를 한 것을 수치화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발표한 수치와 비슷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는 논지다.
오해의 시작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국회토론회부터다. 실제 2017년 1월 국회토론회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동욱 의사는 하루 3000명 이상 인공임신중절을 한다고 추정치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추정치의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이동욱 의사가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경기도 의사회측에 이 근거가 궁금하다고 취재 요청을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즉, 2017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하루 3000명 낙태가 이뤄진다는 근거를 밝히지 않은 추정치를 발표했고, 작년 11월 언론사 <인사이트>는 이를 연간으로 환산해 한해 낙태건수가 110만 건이라 보도했다. 온라인커뮤니티는 이 기사를 인용해 한해 낙태가 110만 건이 팩트라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매년 여성 10명 중 3명이 낙태 ? → 거짓
게시글에 인용된 2010년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여성 10명 중 3명꼴(29.6%)로 낙태 수술을 했다는 통계는 왜곡된 수치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0년에 15세~44세 미만의 가임기 여성에게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했고, 이 결과는 2011년에 발표됐다. 인공임신중절은 법률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추정치를 산정한다. 2010년 조사에서는 4000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에는 게시글에 인용된 29.6%라는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29.6%가 나온 통계는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이다. 이는 성경험이 있는 가임기 여성이 평생동안 한번이라도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즉, 매년 가임 여성의 10명 중 3명(29.6%)이 낙태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동안 낙태를 경험한 통계를 매년 낙태한 통계로 왜곡한 것이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잘못된 통계를 인용해 여성 10명 중 3명이 매년 낙태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낙태 추정치는 110만 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2010년 조사에서 임신중절수술의 추정건수는 16만 8000건 정도다. 이 수치가 결코 작은 수치는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110만 건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온라인 게시글은 가장 최근 조사인 2017년 임신중절수술 실태조사를 인용하지 않고 과거 조사를 인용했다. 2017년 임신중절수술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평생 동안 한번이라도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비율인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은 전체 가임기 여성은 7.6%, 성경험이 있는 가임기 여성은 10.3%다. 2011년과 비교하면 전체 여성의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온라인 글 게시자는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통계 수치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보도한 낙태 5만건은 낙태죄 처벌 수? -> 거짓
보건복지부가 2017년에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는 가임여성 1만명에게 응답을 받았다. 응답 결과 추정치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는 4만 9764건이다. 언론에서 보도한 한해에 낙태 5만 건은 사실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낙태 수술 추정 규모는 4만 9764건이고, 이중 합법적 수술은 4113건으로 낙태 수술의 90% 정도가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사람은 한국에서 낙태 수술의 대부분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왜곡해 낙태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5만 건이라 주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