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공개가 사회 후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by김현아 기자
2021.09.26 03:48:03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데이터사이언스학회 특별세미나
알고리즘 국내 보도 경향, 외국과 비교해 우려 목소리만 높아
이용자, 판매자, 플랫폼 경쟁에 미치는 영향 다각도로 분석해야
정치권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규제 논의...전문가들 우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박민수 교수)와 한국데이터사이언스학회(회장 김장현 교수)가 지난 24일(금) 오전 10시 센터포인트 광화문에서 ‘알고리즘 규제의 득과 실’을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국내외 논의 비교를 비롯해 검색 알고리즘의 공개에 따른 사회 후생 변화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결과가 소개됐다.
김장현 교수(성균관대)는 ‘알고리즘을 보는 눈: 텍스트 구조 연구’를 주제로 알고리즘, 인공지능에 대한 국내외 뉴스, 연구,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의 보도 경향을 살펴보면, 해외와 비교해 인공지능 규제,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국외 뉴스에서는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례나 새로운 서비스 시도에 대한 논의를 살펴볼 수 있었다. 국내 연구들에서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 규제 주제들이 해외보다 더 부각돼 나타났다.
김 교수는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규제 논의로 확장되어 나타나고 있다”면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과 새로운 시도들을 억누르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규제에 대한 시행착오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정훈 교수(연세대)는 ‘검색 알고리즘 공개와 영향’을 주제로 쇼핑 플랫폼에서의 알고리즘 공개가 사회 후생, 특히 플랫폼 경쟁, 이용자, 판매자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게임이론을 통해 분석했다.
모 교수는 주로 공학 분야에 한정되었던 알고리즘이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검색 편향을 판단하기 위해 알고리즘 공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알고리즘 공개로 나타나는 부작용, 특히 검색엔진 사업자가 경쟁력과 고도화 기회를 상실하고, 더 많은 어뷰징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규제 논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알고리즘 공개의 영향을 크게 ①이용자 검색 격차 감소 ②판매자 홍보 비용 증가 ③쇼핑 플랫폼의 선별 비용 증가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 후생을 비교했다.
모 교수는 “이용자 측면에서 일부 후생 증가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영향의 차원에 따라 전체 사회 후생은 대체로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원식 교수(홍익대)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①알고리즘에 대한 국내에서의 부정적 논의 근거 ②알고리즘 공개의 부작용 ③알고리즘 규제의 객관적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박종화 교수(공주대)는 “알고리즘은 인풋, 아웃풋이 명확한 구조”라면서 최근 플랫폼, 특히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확산되어 가는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사업자 스스로 자정 작용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보다 객관적 근거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채남 대표(더아이엠씨)는 이어진 토론에서 “현재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문제들은 알고리즘 보다 데이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알고리즘에 대한 기대와 완결성에 대한 과신이 오히려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신뢰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심우민 교수(경인교대)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국회의원들이 최소 10개 이상의 법안을 제출한다”며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는 규제 법안이 규제 담론을 오히려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알고리즘 이슈에 대한 단일한 규제 기준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나가아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규제 논의를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에서 찾을게 아니라 우리만의 근거와 사례 기반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플랫폼 규제 논의는 이론적 근거도 실증 근거도 부족하다”면서 “정치적 결정이 아닌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다학제적 관점에서의 논의가 앞으로 더 확산되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을 주제로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와 우려, 인공지능 스타트업 창업자 인터뷰 결과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