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펀드매니저가 말한 '삼성전자 장기투자 함정'
by김윤지 기자
2021.07.20 00:20:00
“좋은 기업≠좋은 주식, 지속적 분석 必”
메가 트렌드로 발굴, 10개 종목 집중 투자
철저한 상향식 투자로 수익률↑ ''입소문''
[이데일리 김윤지 이은정 기자] “주식 투자는 절대 쉽지 않다. 남들이 다 한다고 주식에 뛰어드는 건 ‘잃는 투자’가 될 수 있다. 단 그 과정이 즐겁고, 숫자로 읽어낼 능력이 있다면 직접 투자를 권한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식 초보자들에게 이처럼 조언했다. 2019년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 여의도 편에 출연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김 대표는 “내재 가치 평가가 어려운 비트코인 투자는 위험하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필요하지만 ESG 투자는 마케팅 수단” 등 거침없이 쓴소리를 냈다.
더퍼블릭자산운용은 고대 가치투자동아리 출신 4명의 쌈짓돈을 합친 1억원으로 창업한 더퍼블릭투자자문을 전신으로 한다. VIP투자자문, 키움증권을 거친 김 대표도 4명 중 한 명이었다. 회사는 어느덧 자본총계 48억원에 운용자산 규모 758억원(3월 말 기준)을 자랑하는 운용사로 성장했다. 최소 가입고객은 3억원 이상이지만 800%가 넘는 누적 수익률 등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개인 고객이 대부분 고객이다.
스스로 “반골기질이 있다”는 김 대표는 기존 투자 격언과 반대되는 투자 철학을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우량주 장기투자를 맹신하지 말고 △분산 투자보다는 집중 투자가 낫다고 말한다. 개인 투자자가 올 들어 우선주를 포함해 30조원 넘게 사들인 삼성전자(005930)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가 우량주인 것은 맞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증시에서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에 무턱대고 ‘묻어놓는’ 투자는 수익률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일부로, 생존해 있는 사례만 대상으로 분석해 성공 사례를 일반화하는 생존편향 오류에 빠져서 안 된다고 경고했다.
분산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퍼블릭운용은 국내와 해외 각각 10종목 이내로 집중 투자한다. 깊이 분석하고 면밀히 추적하기 위해서다. 전문 투자자도 이처럼 치열한 노력과 무수한 시간을 들이는데 생업이 있는 일반 투자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각자 스스로 투자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감안해 포트폴리오 종목 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메가 트렌드와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한다면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생활 속에서 ‘좋은 종목’을 발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퍼블릭운용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B2C)를 바탕으로 하는 소비재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가 스튜디오드래곤(253450) 기업공개(IPO)에 참여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으로 티웨이항공(091810)을 사들인 이유였다. 소비재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것은 운용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지만,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좀 더 쉽게 찾아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그는 연초 대비 2배 이상 오른 에스엠(041510)을 예로 들었다. 코로나19 직후 대면 활동이 막히면서 엔터주는 일제히 고꾸라졌다. 온라인 콘서트의 인기에 김 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콘서트 입장료 단가는 낮아졌지만,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다 보니 콘서트 회당 수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앨범 판매량도 늘어났다.
철저한 상향식 투자 방식(bottom-up) 종목 발굴은 해외 주식에도 적용됐다. 진작에 ‘배달의민족’의 성장성을 내다본 김 대표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찾았지만 비상장 기업이었고, 미국 대형 투자은행 정도는 돼야 투자를 받아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서유럽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테이크어웨이닷컴을 발굴했다.
메가 트렌드는 유용한 투자법이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보편타당한 흐름이어야 하고, 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미 주가는 상한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거듭해 이 같은 노력이 쉽지 않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펀드 등 금융 상품도 있다. 투자 철학은 간접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유행하는 상품은 되도록 피하는 것을 권했다. 그럼에도 가입 의사가 있다면 매크로 등으로 인해 단기 수익률이 급락했을 때 매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5년 이상 장기 수익률, 펀드 매니저의 교체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사모운용사로 전환한 더퍼블릭자산운용은 훗날 공모펀드를 함께 취급하는 종합자산운용사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었다. 일반 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 가치를 전하겠다는 의지는 사명에도 담겨 있었다. 언젠가 공모 펀드를 선보일 시기가 온다면 해외 주식형 펀드 라인업이 계획 중 하나였다. 일찌감치 시야를 넓혀 해외 주식 부문에서의 꾸준한 수익률 관리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돋보였다.
김 대표는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해외 보다 국내 주식 투자를 특별히 선호할 이유가 없고, 그 시기가 됐을 때 더퍼블릭운용은 상당히 앞서 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4년 서울 출생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2008~2012년 브아이피투자자문(현 브이아이피자산운용) △2012~2013년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 주식운용팀 △2014년 더퍼블릭투자자자문 설립 △2018년~현재 더퍼블릭자산운용(전 더퍼블릭투자자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