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장 선 M&A]'기업 운명 걸렸다'…인수합병 나선 대기업

by이광수 기자
2021.07.08 00:03:00

올해 상반기 빅딜 M&A 휩쓴 대기업
신세계, 3.4兆 이베이코리아 인수 피날레
"코로나 불확실성에도 M&A로 분위기 반전"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상반기 인수합병(M&A)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평소 재무적투자자(FI)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던 국내 M&A 시장 무게추가 전략적투자자(SI)인 대기업으로 쏠린 것이다.

코로나19로 빨라진 속도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해 적합한 매물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대기업에 쌓이게 됐다”며 “동시에 실물경제는 상대적으로 침체되면서 M&A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M&A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기업은 단연 신세계그룹이었다. 지난 2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지분 100%를 1400억원에 사들이더니 네이버와 지분스왑, 화성 테마파크 부지 매입, ‘W컨셉’ 지분 100%를 차례로 사들이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화룡정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였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상반기 최대 딜(deal)을 신세계그룹이 거머쥐었다. 이마트는 지난 5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순히 온라인 기업을 하나 인수했다는 측면이 아닌 그룹의 미래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180도 대전환하겠다는 의미”라며 “1+1=2가 아닌 그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 온라인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3위와 4위에 나란히 올라있는 카카오(035720)와 네이버(035420)가 경쟁적으로 콘텐츠 기업 M&A에 나선 것도 상반기 시장의 관전포인트였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을 뛰어넘어 콘텐츠에 새로운 먹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달러(6700억원)에 인수했다. 왓패드는 이용자수 9400만명으로 웹소설 관련 플랫폼 중 가장 사용자 수가 많은 세계 1위 기업이다. 이에 질세라 카카오는 지난 5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동시에 인수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웹툰 스타트업 ‘문피아’ 인수 전에도 맞붙었는데 네이버가 CJ ENM과 컨소시엄을 꾸려 2000억원에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SK그룹은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달 SK(034730)에코플랜트가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4개 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총 4000억원으로 각 기업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 대신 야구단을 신세계에 매각하고,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PEF인 IMM PE에 매각하기도 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호반건설이 대한전선(001440)을, BTS 소속사 하이브(352820)가 저스틴 비버 소속 레이블 ‘이타카홀딩스’를 각각 2518억원, 1조1200억원에 사들였고, 현대차(005380)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9930억원에 인수했다. 모두 기존 사업에서 머무르지 않고 M&A를 통해 시장 확장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M&A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져 사모펀드는 움츠러든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반면 대기업 SI의 경우 계속 가져가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게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