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구조조정·업황·실탄…건설사 매각전에 PE 등판하는 이유
by조해영 기자
2021.06.16 00:10:00
대우건설 매각에 스카이레이크 등 참전
기업 정상화가 핵심인 구조조정 딜
업황·건전성 개선에 미소진 자금도 넉넉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3년 만에 다시 진행되는 대우건설(047040) 매각전에 국내 주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 매각전에서 PE는 외국계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만 이름을 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건설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진행하는 구조조정 딜인 만큼 회사를 정상화하기만 하면 엑시트(자금회수)도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본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PE의 실탄이 넉넉한 것 역시 ‘건설사 베팅’의 이유라는 분석이다.
15일 IB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본입찰을 이달 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매각이 무산된 후 3년 만의 추진으로, 매각 대상은 KDB인베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매각가격은 2조원 내외로 언급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이 주요 인수후보로 언급되고 있고,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 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해외 인프라투자사 IPM이 구성한 컨소시엄도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남양유업 인수로 눈길을 끌었던 한앤컴퍼니(한앤코)도 언급됐지만 의지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매각전에선 외국계 PE인 PAG가 PE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PAG는 당시 실사 단계까지는 진행했지만,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반면 이번 매각전에는 국내 주요 PE들이 인수 후보자로 다수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대다수 건설사 매각전이 구조조정 딜로 진행되는 점을 기본적인 우호 요인으로 꼽는다.
구조조정 딜의 경우 회사 정상화가 밸류업과 엑시트의 핵심인 만큼 PE가 특기를 발휘하기 좋다는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특성상 M&A 시장에 나올 확률이 높지 않은 매물이어서 대부분이 구조조정 딜로 나오고 시장에 나온 건설사는 대부분 손대야 할 점이 뚜렷하고 많다”며 “PE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밸류업하는 것이 장점이고 대우건설은 사이즈가 큰 만큼 PMI(인수 후 통합 전략)만 잘 짜면 엑시트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건설업황 개선되고 있고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과 실적이 좋아진 것도 매력이다. 대우건설의 부채 비율은 2019년 289.7%에서 올해 3월 243.6%로 낮아졌고, 잉여현금흐름(FCF)도 같은 기간 1393억원에서 7510억원으로 높아졌다. 매출액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하는 등 내실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통제가 어렵고 리스크도 많아 과거 PE들 사이에선 ‘우리가 건설사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사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GTX 사업에 참전하는 등 건설업의 금융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과 재개발이 호황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인수·합병(M&A) 시장에 드라이파우더(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모집했지만 투자되지 않은 금액)가 충분한 것도 주요 PE들의 건설사 베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PEF의 누적 약정금액은 100조원을 넘기는 등 시장 자체도 덩치를 불려 왔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코 등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이 조단위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면서 실탄을 넉넉히 마련했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M&A 시장이 주춤했고 이 여파로 여전히 쓰지 못한 자금이 남아 있어 건설사에 베팅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전에 언급되는 PE들이 다 대형인데 이들이 자금이 넉넉한 만큼 고려해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