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내외, 추석 선물에 '술' 담은 이유
by박지혜 기자
2020.10.02 00:1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올해 추석 선물로 전남 담양의 ‘대잎술’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설을 맞아 처음으로 술을 명절 선물 목록에 포함했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향수가 묻어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추석 선물 구성을 보고 “예전엔 우리 술도 주고 해서 제사 지내는 사람들은 편리하더라”라며 술이 빠진 점을 아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첫 명절 선물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명절 선물로 등장한 전북 전주의 ‘이강주’가 들어갔다.
|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추석 명절을 맞아 코로나19 대응 등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과 사회적 배려계층 등 약 1만 5000여 명에게 선물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진=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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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복분자주, 소곡주, 문배주 등 해마다 각 지역 전통주를 두루 소개했다. 재임 기간 10번의 명절 중 9번이나 전통주를 선물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2003년 추석 청와대는 호남의 복분자주와 영남의 한과를 묶어 ‘지역 통합’ 선물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에 술을 배제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의 종교적 색채 탓 아니겠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절 선물에도 술은 빠졌다.
문 대통령 부부의 이번 추석 선물은 방역 당국과 사회적 배려 계층을 포함한 15000여 명에게 전달됐다.
충북의 홍삼 양갱, 강원 원주의 건취나물, 경남 거제의 표고채, 제주 고사리 등과 함께 담긴 대잎술은 알코올 농도 12%에 500㎖ 용량이다.
전남 담양의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잎술은 일제 강점기에 맥이 끊겼다가 30년 전 복원된 ‘추성주’다.
추성주는 신라 경덕왕 때부터 고려 성종 때까지 250여 년간 추성 군으로 불린 담양의 지명에서 따온 술이다. 연동사라는 절에서 살쾡이가 몰래 그 술을 마시다 절에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발각되자 자신을 살려준다면 평생 도움되는 비밀의 책을 주겠다고 했고, 그 책을 받은 이영간이라는 사람이 술을 빚어 전해졌다는 전설도 있다.
대잎술은 100% 국내산 쌀로 빚은 순곡주이며 담양의 대나무 잎과 솔잎, 인삼, 대추, 일곱여 가지 한약재를 넣어 저온숙성한 발효주이기도 하다. 옅은 대나무향이 올라오고 맑은 단맛과 산미 등 다섯 가지 맛이 균형을 이뤄 바디감과 목 넘김이 가볍다고.
다만 종교계와 청소년에게 보내는 문 대통령의 명절 선물엔 술 대신 꿀이 담겼다. 지난해 추석엔 충남 서천 소곡주가 아닌 충북 제천의 꿀을, 올 설에는 이강주가 아닌 전주 토종꿀로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