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번호 6개가 꿈에...이렇게 당첨될 줄이야"
by박지혜 기자
2020.01.26 05:00:00
조상신과 명당이 함께 하는 ''로또 1등''
두 번 당첨되고도 "달라지지 않은 삶"
당첨 소감 보니...''감사''와 ''희망''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꿈에서 할머니가 손가락 3개를 펴 보이시길래 숫자 ‘3’이 들어가는 모든 번호로 로또를 샀는데 하나도 당첨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라면이나 끓여 먹자’하고 ‘너구리’를 뜯는 순간, 다시마 3장이 나왔다.”
온라인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로또 1등 당첨은 그야말로 조상신(祖上神)의 은총을 입어도 될까 말까 한 행운이다.
행운이 아닌 확률적으로 로또 1회차부터 894회차까지 가장 많은 당첨을 부른 번호는 ‘17’로 154회 나왔다. 가장 적게 나온 번호는 ‘22(111회)’다.
역대 최대 당첨금은 ‘407억원’이다. 2002년 하반기 판매를 시작한 로또는 2003년 4월 12일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한 명이 사상 최대인 407억2000만원을 차지하면서 그야말로 ‘광풍’이 일었다. 사행성 논란이 일자 정부는 로또 당첨금 이월 횟수를 줄이고 2004년 8월에는 한 게임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다.
‘407억’ 행운의 주인공은 당시 춘천경찰서에서 근무한 박 모 경사다. 당첨금을 받은 그는 2년 뒤 10억원을 춘천경찰서 희망장학회에 쾌척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려운 처지의 경찰관 자녀를 위해 운영한 ‘희망 장학회’는 박 경사의 기부를 통해 전국 경찰서에서 가장 큰 규모로 발돋움했다.
그는 로또 당첨 이후 수도권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했고, 세금을 제외한 당첨금 317억 중 30억 정도를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나눔으로 보답한 그는 “남에게 베풀며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해 세상을 더욱 밝게 만들어줬다.
| 많은 시민들이 로또 구입을 위해 복권판매점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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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당첨자를 배출한 로또 판매점도 ‘명당’이란 수식어를 얻는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명을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로 해당 지역의 ‘명당’인 로또 판매점 이름과 주소가 뜰 정도다.
당첨자가 나온다고 해서 해당 판매점에 별도의 수익금이 주어지지 않지만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리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현수막에 ‘1등 12번’, ‘2등 5번’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점포 전면에 내거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 노원구의 ‘스파’는 262회차부터 지난 18일 결과를 발표한 894회차까지 총 35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최고의 ‘명당’ 자리를 차지했다. ‘스파’ 대표는 한 방송에서 일주일에 손님이 4만명 정도 몰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또 판매점은 판매액의 5%를 가져간다. 1명당 한 게임씩 구매한다고 해도 일주일이면 2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두번째 명당은 34명의 1등을 배출한 부산 동구의 ‘부일카서비스’이고 세번째는 24명을 배출한 대구 달서구의 ‘일등복권편의점’이다.
로또 판매점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6조에 근거해 로또 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와 판매계약을 체결한 자만이 판매할 수 있으며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 계약 대상자의 수, 신청요건 등을 복권위원회 승인을 받게 돼 있다.
판매점은 수시 모집이 아닌 적정 규모, 신규소요 등을 고려해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모집한다. 특히 로또 판매인 자격은 복권 및 복권법 제30조에 따라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과 우선 계약을 체결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상신과 명당의 기운을 받지 않고도 두 번이나 복권에 당첨된 행운의 사나이가 있다. 두 번의 당첨 사실은 로또 수탁사업자 동행복권(구 나눔로또)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2017년 ‘연금복권520’ 1등에 당첨된 A씨는 “사실 한 5~6년전쯤 로또를 샀다가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당첨 이후에도 제 삶은 이전과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첨 이후에도 제 삶은 이전처럼 똑같았다. 하던 일인 농사도 계속 지었다”며 “이번 (연금복권520) 1등으로 크게 제 삶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주어진 일을 지금처럼 묵묵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당첨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생활비로 유용하게 쓰고 싶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인 A씨는 당첨 소감으로 “기쁘다”(사진), 단 세 글자를 남겼다.
그런가 하면 꿈에 나온 로또 번호로 예상 밖 결과를 얻은 사람도 있다.
로또 번호 6개가 꿈에 나오자 바로 로또를 구매한 B씨는 당첨에 실패했다. 그런데 같이 구매한 연금복권520 438회에서 1등과 2등에 동시 당첨됐다.
B씨는 “진짜인지 믿기지 않아서 (모바일로 확인하고) PC로도 따로 확인했다. 당첨금이 들어오기 전까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2등 당첨금을 예치금으로 신청하고 입금이 된 후에서야 그제야 실감이 났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연금복권520 1등 당첨금은 20년 동안 매월 500만 원(세금 22% 제외한 실수령액 390만원)씩 지급하고, 2등은 1억원(세금 제외한 실수령액 7800만원)이다.
동행복권은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로또를 제외한 연금복권520, 즉석식복권 스피또 등의 당첨자 인터뷰를 공개한다. 이들은 대부분 당첨 소감으로 ‘감사’와 ‘희망’을 전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꿈을 꿨다는 당첨자는 “어머니의 선물 아닌가 싶다”며 “이번 생에는 행운이 있구나!”라고 남겼다. 재물운을 부르는 꿈으로 여겨지는 ‘똥 꿈’을 꾼 뒤 스피또1000 1등에 당첨, 5억 원을 받게 된 당첨자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겠다”고 했다. 또 지난해 12월 스피또2000 1등에 당첨되면서 20억 원을 받은 당첨자는 “다음 당첨은 당신이다”라고 남겼다.
보기만 해도 좋은 기운이 전해지는 듯한 당첨 소감에 누리꾼은 다음을 기약하며 ‘내행부영’을 외친다. ‘내가 다 행복하다! 부럽다! 영원하길!’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