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9.10.12 00:03:03
환자 스스로 치료?관리법 준수하는 ‘순응도’가 치료결과 영향
강동경희대병원, 입원치료로 치료?관리법 교육, 치료효과 높여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아토피피부염은 주로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만성 재발성 피부염이다. 완치가 힘들고 재발을 잘 하기 때문에 치료 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관리하는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랜 치료에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의 치료의지와 생활 습관관리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최인화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피부과 교수팀은 한방치료 시 환자들 대상으로 피부관리 교육을 병행하면서 높은 치료효과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재발·부작용·비용,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한계
아토피피부염은 중증도에 따라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을 외용 또는 내복하여 치료한다. 특히 스테로이드제는 효과가 우수하여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중추가 된다.
최인화 교수는 “하지만 내성과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면서 “재발이 잦은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경과가 길어질수록 사용이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생화학제제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라는 약제가 성인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대두되면서,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어 2017년에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란셋 (The LANCET)’에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약의 특성상 접근이 쉽지 않고,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연간 치료비용이 2500만원에 달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부작용 적고 안정성 입증 받은 한방 치료
약제에 대한 내성과 부작용, 치료비용의 한계 때문에 한방치료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에 있어 한방치료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항염증, 항알레르기, 면역조절기능을 높이는 효과가 입증됐고,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많은 동아시아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개인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국내 환자들이 한방병원과 한의원에 내원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한방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순응도’가 만성피부질환 치료의 관건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만성 재발성 피부질환은 의사의 처방을 준수하는 것과 더불어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치료방법이 있더라도 환자가 치료 기간 동안 의사가 권고한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환자가 처방에 맞게 치료를 수행하는 정도를 ‘순응도’ 라고 하며, 넓게는 치료 뿐 아니라 의사가 권고하는 일상생활 속 피부관리법까지 포함한다. 내복약에 비해 사용이 번거로운 외용제가 많은 피부질환은 치료에 있어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다.
최인화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처럼 재발성 만성질환의 경우 치료 기간이 최소 수개월 이상이다”면서 “치료와 관리에 대한 순응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최선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지난 3년 간 입원치료를 시행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39명의 치료 경과를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치료 경과에 중요한 예후지표는 ‘순응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도나 감염합병증의 유무와 관계없이 입원기간 동안 치료와 피부 관리법에 대한 순응도가 좋다면 목표한 치료 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질환과 관리법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내가 가진 질환과 그 관리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치료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잘못된 피부 관리는 오히려 치료를 방해한다. 환자가 아토피피부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거나 의사가 설정한 치료 계획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지 않다면 치료 결과에 대한 조급함과 불만족 때문에 순응도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기가 힘들다. 실제로 목욕법, 의복, 가려울 때의 대처 등 전반적인 생활 관리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무분별한 반신욕과 사우나는 피부를 자극하여 급성기 증상을 오히려 심화 시킬 수 있으며, 지나치게 엄격한 식이 제한은 피부의 재생에 필요한 필수 영양 물질이 부족해지면 회복을 늦출 수도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손톱을 잘 다듬었는지, 자주 입는 옷의 재질까지도 꼼꼼하게 잘 살펴봐야 한다.
최인화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완치되기 어려운 병이기는 하나 분명 좋아질 수 있는 병이다”면서 “전문 의료진과 함께 치료약을 사용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아토피피부염 자체를 조절하고 관리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정서적 안정과 생활관리에 힘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의 첫걸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