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뇌 대해부]'적도,라인도 없다` 檢 2인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by민재용 기자
2016.02.15 05:00:00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이영렬 검사장
"강단있는 검사장…정권 눈치 살핀다" 엇갈린 평가
대구지검장 시절 조희팔 사건 재수사 공로 인정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권력형 부정부패, 기업범죄 등에 대한 척결 의지를 드러냈다.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민재용 성세희 기자] “검찰의 넘버 2로서 오랜만에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권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

이영렬(58·) 서울중앙지검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무죄 판결에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검찰 내부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사실 이 지검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는 늘 엇갈렸다. 후배들과 소통을 잘하고 내부에 적이 없다는 호평과, 선이 굵지 않고 뚜렷한 자기 색깔이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함께했다.

이 지검장이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지검장이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찰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턱에 어부지리로 영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평소 후배들을 알뜰히 챙기는 등 이 지검장의 소통형 리더십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고 평가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오르는 인사는 출신 지역이나 근무 당시 맺은 인연 등으로 특정 인선 라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라면서도 “이 지검장의 경우 특별한 인선라인 없이 서울중앙지검장에 깜짝 발탁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이 특별한 뒷배경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승진 필수 코스인 대검찰청과 법무부, 서울중앙지검을 두루 거친 조직 내 대표적 숨은 실력자다. 이 지검장은 2001년 대검 연구관을 거쳐 2004년 법무부로 자리를 옮겨 검찰국 검찰 4과장으로 근무했다. 법무부 검찰국은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 ‘힘이 센 부서’로 통한다.

이 지검장이 검사로만 활동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6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돼 2년간의 외유를 하기도 했다. 옳지 않은 관행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지만, 청와대 근무 경력을 가진 검사가 다시 검찰에 돌아오면 빠른 승진을 하는 게 보통이다. 이 지검장의 청와대 근무 경력은 그의 승진 가도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는 되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검사로서 활약상도 돋보인다. 이 지검장은 대구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에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재수사하며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숨졌다고 알려진 조희팔씨의 2인자 강태용씨 등 조씨 주변 인물과 조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찰과 검찰 수사관 등 약 20명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조희팔 사건’을 다시 수사하면서 전직 총경과 검찰 수사관까지 구속했다”라며 “검찰이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구 지역사회에 신뢰를 쌓은 덕에 강씨를 중국에서 잡을 수 있는 유력한 제보를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송환된 조희팔 사기 조직 2인자 강태용(54)씨가 지난해 11월 대구지검으로 들어섰다. 검찰은 강씨를 상대로 조희팔 생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은닉재산 행방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검장은 부임과 함께 검찰 최대 수사조직인 중앙지검의 위상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검찰이 지난 2013년 폐지했던 대검찰청 산하 중앙수사부를 부패범죄수사단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부패범죄수사단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직접 받고 전국 단위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는 등 중수부와 이름만 다를 뿐 직제와 성격은 비슷하다.

서울중앙지검은 중수부가 폐지된 후 그동안 중수부에 빼앗겼던 특수수사 분야 조직을 늘리며 검찰 최대 수사조직으로서 위상을 굳혀왔다. 하지만 부패범죄수사단 등장으로 역할 축소가 불가피한 처지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의 특수 수사 인력은 부패범죄수사단 출범 이후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 수사를 부패범죄수사단이 도맡아 하는 게 아니지만 아무래도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수사 범위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 지검장이 부패수사단과 조화를 꾀하면서 서울지검의 기존 위상을 지키내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