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 자생력 길러 위기 탈출한다"

by채상우 기자
2015.05.04 03:00:00

개성공단기업 공동 브랜드로 북한 임금 인상 문제 탈피
킨텍스 홍보·판매 매장, 경기도 내 물류센터 건립 추진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위기에 놓인 개성공단 입주 국내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 자생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이 일을 개성공단협동조합이 해내겠다”

지난달 22일 발족한 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희건(60) 나인 대표는 조합의 비전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개성공단입주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조합에는 현재 34개의 개성공단기업이 가입해 있다.

이희건 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나인
조합은 기존의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하지 못한 질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설립됐다.

통일부 산하의 협의회는 비영리단체로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런 문제로 입주 기업의 경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탄생했다.

이 이사장은 “개성공단기업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판로 개척”이라며 “조합설립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이를 위해 오는 9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내에 330㎡(약 100평) 규모의 단독 홍보·판매 매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매장에는 우선 34개 개성공단기업의 제품이 들어간다.

그는 “연간 600만명의 방문객이 방문하는 킨텍스에 매장을 설립해 개성공단기업의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사업을 위한 공간 자체가 없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합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보관·관리할 수 있는 물류센터도 경기도 내에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입지를 물색 중으로 연말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성공단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 문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한은 1년에 5%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평균 월급은 130달러였지만 5개월새에 180달러까지 늘어났다.



그는 “북측 근로자의 월급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당 임금에 맞춰 경영했던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임금인상 요구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킨텍스 홍보·판매 매장과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기업 스스로가 자생력을 길러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개성공단기업의 85%가 대기업에 원청을 받는 OEM 기업”이라며 “품질은 높지만 자생력이 낮다. 북한 임금 문제로 가격이 오르면 대기업이 하청을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더 낮은 국가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출범한 개성공단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는 개성공단기업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시스브로는 이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의류기업 나인이 중심이 돼 만든 개성공단 공동 의류브랜드로, 지난해 한 홈쇼핑에 공개돼 하루만에 1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두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이사장은 조합을 통해 앞으로 시스브로와 같은 개성공단 공동 브랜드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속해서 상품군별로 공동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개성공단 내 R&D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디자인협동조합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R&D 강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합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스브로의 성공사례와 같이 조합을 믿고 조합 회원사들이 믿고 따라와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