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투자 유치, 스타트업이 '갑'이 돼야"
by김관용 기자
2015.04.27 00:08:26
"투자자 돈 대신 벌어주는 파트너 마인드 필요"
미미박스, 올해 매출 1000억원 회원수 1000만명 목표
한국 미국 중국 넘어 동남아 2개국 진출, 내년에는 11개국 동시 론칭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저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유치할 때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나 기업 문화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미미박스의 꿈과 비전만을 강조합니다.”
지난 3월 화장품 및 뷰티 관련 전자상거래 플랫폼 벤처기업인 미미박스가 일을 저질렀다. 국내·외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홍콩, 싱가포르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2950만 달러(약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가 ‘미미박스’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제공=미미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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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글로벌한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지만 투자자들의 면면히 화려하다.
야후의 공동창업자이자 중국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제리양을 비롯해 구글 초기 투자자인 바비 야즈다니, 전 디즈니 및 갭(Gap) 최고경영자(CEO)인 폴 프레슬러 등이 참여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차분한 목소리로 회사 비전을 얘기하는 그에게 왜 글로벌 벤처업계가 주목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보통 투자 유치를 원하는 벤처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는 자금이 필요한 전자가 ‘을’로 인식된다. 그러나 하 대표는 “미미박스가 투자자들에게 갑”이라고 했다. “세상에 자금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열정을 갖고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돈을 대신 벌어주는 갑”이라는 것이다. 하 대표는 “투자자들은 시간 대신에 돈을 투자하지만 미미박스는 돈 대신 열정과 시간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 제품이나 실적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련 시장 상황과 회사의 비전만을 강조한다. 하 대표는 중국 시장을 예로들며 “16억명의 시장이 있는데 뷰티 관련 플레이어는 몇 안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 시장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이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가 미미박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대학생 때부터 운동화 쇼핑몰을 운영하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군밤 장사를 했다. 군 복무 당시 아프카니스탄 파병군으로도 자원했다. 경희대학교를 다니던 그는 돌연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 도전한다. 현지 업체 취업에도 성공해 세계적인 의류브랜드인 톰포브의 홍보팀에서 일했다.
2010년 한국에 들어와서는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에 입사해 패션뷰티팀장으로 근무하며 소셜커머스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창업한 회사가 미미박스다. 미미박스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뷰티 유통 분야를 발굴했다. 이는 구매 방식이 아닌 정기구독형 사업이다. 매월 구독료 1만6500원을 내면 소비자에게 매달 7만~8만원 상당의 최신 화장품 한 박스를 배달한다.
2012년 사업 첫 해 미미박스의 거래액은 1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40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1000개의 화장품 브랜드 파트너를 확보했으며 자체 생산 제품도 160개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는 600개가 넘을 것이라고 하 대표는 말했다. 회원수 또한 1000만명, 매출 목표도 1000억원을 제시했다.
하 대표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동남아 2개국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11개국에 동시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미박스에 매력을 느낀 에스티로더 연구개발(R&D) 담당자와 알리바바 프로젝트매니저(PM) 등 뷰티 및 유통 전문가들이 합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