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4.04.18 01: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통해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다.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고객이었던 애플과 결별했지만 애플로부터 다시 차세대 AP 양산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Fin-FET)’ 공정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미국의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에 제공해 고객사들이 동일한 디자인으로 두 회사의 생산 라인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18일 밝혔다.
핀펫은 반도체 소자의 저전력, 고성능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평면 대신 3차원 입체구조로 소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4나노 핀펫 공정은 20나노 평면 기술 대비 최대 35%의 전력 감소와 20%의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 칩 면적을 최대 15%까지 줄일 수 있다.
이번 협력으로 반도체 주문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과 미국 오스틴의 생산 라인뿐만 아니라 뉴욕에 있는 글로벌파운드리 생산 라인에서도 첨단 14나노 핀펫 공정기술의 반도체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반도체 생산 라인을 추가로 구축하지 않고도 글로벌파운드리의 라인을 통해 제품을 양산하고 기술 사용대금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첨단 14나노 핀펫 기술을 로열티를 내면서 이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TSMC가 199억 달러로 부동의 1위를 지켰으며 글로벌파운드리(42억 달러), 삼성전자(40억 달러)가 각각 2, 4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작년에 결별했던 파운드리 사업 최대 고객사 애플과 다시 손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애플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6’용 20나노 ‘A8’ 프로세서의 양산을 TSMC에만 맡기기로 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고객사들이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도록 테스트칩 기반의 ‘공정 디자인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 파운드리 계약이 양산 시점으로부터 약 1년쯤 전에 이뤄지는 것으로 봤을 때 이미 삼성전자는 애플을 비롯한 팹리스(fabless) 업체들과 이미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14나노급 AP 양산을 위해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생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 AP를 애플에 납품해 거둔 매출은 4조 원을 웃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팹리스 업체들이 보다 쉽게 핀펫 기술에 접근하고 제품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특정 회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는 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