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혼조세..지표개선↔키프로스 악재

by이정훈 기자
2013.03.20 05:05:50

다우만 강보합권..나스닥-S&P지수, 소폭하락
공포지수 15선 부근 상승..건설주 동반 강세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였다. 주택경기지표 호조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지만, 키프로스 의회의 구제금융 지원 비준안 부결이 시장 발목을 잡았다.

1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3.76포인트, 0.03% 상승한 1만4455.82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8.50포인트, 0.26% 하락한 3229.10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3.76포인트, 0.24% 낮은 1548.34를 기록했다.

개장전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선행지표인 건축허가건수도 4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심리를 살려냈다. 이 덕에 장 초반 지수는 반등세를 탔다.

또 유로존에서도 스페인의 단기 국채 발행금리가 유로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위기가 전염될 우려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독일의 3월중 투자자 경기기대지수가 근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키프로스 의회에서의 예금 과세안 표결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개회에 따른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오후에 키프로스 의회가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키자 시장은 하락압력을 받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또다시 8% 정도 상승하며 15선 근처까지 올라섰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소비재 관련주가 강했고 에너지주는 부진했다.

주택지표 호조 덕에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KB홈과 톨 브러더스가 각각 2.99%, 1.14% 상승했다. 제약 소매업체인 월그린도 약품 배급업체인 아메리소스버겐이 10년 공급계약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5.44% 오르는 랠리를 이어어갔다.

또한 헤드폰업체인 스컬캔디는 전 나이키 임원은 호비 달링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영입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에 8%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DSW는 6% 이상 하락했다.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를 앞둔 어도비 시스템즈도 1% 가까이 하락했다. 룰루레몬 역시 여성 요가복 출시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2.56% 하락하고 말았다.

◇ 키프로스, 구제금융안 부결..ECB “유동성 공급”

키프로스 의회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예금에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을 부결시켰다. 의회는 이날 오후 임시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제금융 협상 비준안을 표결에 부쳐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했다.

지난달말 선출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회복당은 정원 56석인 의회에서 20석을 차지해 과반에 못미치고 있고 야당인 키프로스 공산당과 사회당, 녹색당 등은 이번 과세안 자체에 반대해온 만큼 표결로 갈 경우 통과되지 못할 것이 유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아나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비준안은 우리에게 불공정하게 돼 있는 만큼 이 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결과를 예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는 구제금융 협상안 대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할 상황이다. 키프로스 정부는 현재 178억유로 정도의 자금 소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약 키프로스가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찾지 못해 디폴트 우려가 커질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디폴트가 현실화되고 유로존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키프로스 의회의 구제금융 지원 비준안 부결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키프로스에 대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ECB가 구체적으로 ‘현행 법 테두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ECB의 기존 긴급유동성 지원프로그램(ELA)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 미국인 20만명, 작년 4Q중 깡통주택 벗어나

주택가격 상승 덕에 지난해 4분기에만 20만명의 미국인들이 집을 팔아도 대출 원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언더워터) 신세에서 벗어났다.

이날 주택 조사기관인 코어로직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중 전국 평균 집값이 최근 5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면서 20만명 정도가 깡통주택을 면하게 됐다. 집값이 뛰면서 주택가치가 모기지 원금과 이자를 넘어서게 됐다는 얘기다. 작년 4분기말 미국의 깡통주택은 총 1040만채로, 전체 주거용 부동산 가운데 21.5%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3분기말의 1060만채, 22.0%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실제 지난 4분기에 전국 평균 집값은 9.7% 상승해 지난 2006년 4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저 금리가 지속되고 고용 경기가 개선되면서 주택 구입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연간으로도 총 170만명이 깡통주택에서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4분기말 기준으로 모기지 대출금에 못미치는 주택가치의 차액은 6280억달러로, 앞선 3분기의 6700억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아난드 낼러탐비 코어로직 최고경영자(CEO)는 “전국적으로 깡통주택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집값 상승으로 깡통주택이 줄어드는 추세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EU “키프로스 예금과세, 특수사례..타국가엔 적용안해”

유럽연합(EU)이 키프로스에 대한 일회성 예금 부담금 부과가 키프로스만의 특수한 여건에 의한 것이며 다른 국가에 적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사이먼 오코너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 대변인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키프로스 은행들의 예금에 대한 부담금 설정은 키프로스 경제와 은행권 예금의 속성이라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여건을 감안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예금 부담금에 따른 구제금융 지원은 키프로스 외에 다른 EU 국가들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또 “현행 EU법상에는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 고객 한 명당 10만유로까지 예금 원금을 보장해주도록 돼 있으며 이는 모든 EU 국가들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키프로스 예금 부담금은 이와 별개의 사안으로, 이는 키프로스 정부가 결정하는 재정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부담금 부과는 현재 키프로스가 유로그룹으로부터 받게 되는 100억유로의 구제금융 자금과 키프로스 정부가 당장 필요로 하는 170억유로의 자금 소요액의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내부 재원을 마련하려는 조치”라고 거듭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키프로스가 1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이같은 일회성 예금 부담금을 부과하게 된다면 키프로스가 은행시스템의 안정성을 회복하고 금융 안정성을 지켜내는데 충분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 美주택착공 호조..건축허가도 4년 8개월래 최고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이 예상 외의 호조세로 돌아섰다. 선행지표격인 건축허가 건수도 4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신규 주택착공 건수가 전월대비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 1월의 7.3% 감소에서 한 달만에 증가세로 급선회한 것이다. 또 1월 수치는 종전 8.5% 감소에서 소폭 상향 조정됐다. 또한 착공건수 역시 91만7000건을 기록, 1월의 91만건은 물론이고 91만5000건이던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1월 수치 역시 89만건에서 상향 조정됐다.

전체 주택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단일가구 주택 착공이 0.5% 증가세를 유지했다. 61만8000건으로, 이는 지난 2008년 6월 이후 최대치였다. 또 1월중 부진했던 콘도와 타운하우스 등 다세대 주택 착공도 1.4%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착공의 선행지표 격인 건축허가 건수 역시 증가세가 확대됐다. 지난달 건축허가 건수는 4.6% 증가해 0.6% 감소한 1월 수치를 뒤집었다. 94만6000건을 기록하며 90만4000건이었던 1월 수치는 물론이고 92만5000건인 시장 전망치를 모두 넘어섰다. 특히 이는 지난 2008년 6월 이후 4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 獨 투자자 경기기대 개선..스페인 국채입찰도 호조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ZEW는 이날 3월중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의 경기신뢰지수가 48.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8.1이었던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은 물론이고 지난 2010년 4월 이후 2년 11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현재 경기 여건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경기평가지수도 13.6으로 앞선 2월의 5.2에 비해 크게 개선됐고 시장 전망치인 6도 대폭 상회했다.

ZEW는 이같은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 독일의 경제 상황이 향후 수개월 동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나톨리 아넨코프 소시에떼 제너럴 이코노미스트 역시 “독일의 1분기는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이탈리아 총선에 따른 정국 불안과 키프로스 구제금융 지원 조건에 따른 우려로 인해 2분기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스페인 재무부는 이날 입찰을 통해 총 40억유로의 만기 3개월과 9개월짜리 단기 국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목표했던 발행량의 상단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단기 국채의 낙찰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17억4000만유로 어치가 발행된 3개월 만기 국채의 경우 낙찰금리가 0.285%를 기록해 지난 2월 입찰 당시의 0.421%에 비해 크게 내려갔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였다.

다만 이럼 금리가 하락(채권가격이 상승)하자 입찰 참여수요는 다소 줄었다. 발행액대비 응찰 비율은 3.3배로, 지난달 입찰에서의 5.8배보다 낮아졌다. 또한 9개월물 입찰에서도 낙찰금리가 1.007%를 기록해 지난달 입찰에서의 1.144%에 비해 내려갔다. 발행액 대비 응찰율도 2.45배로, 한 달전의 2.3배보다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