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14th SRE 노치업]현대백화점 나도 AA+다

by오상용 기자
2011.11.02 08:25:15

롯데·신세계와 같은 반열

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난 욕망한다, 내겐 너무 먼 명품백을. 생산이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를 결정한다던 19세기 담론은 이곳 문을 들어서는 순간 여지없이 해체된다. 삶이 곧 소비이고 소비가 곧 존재 이유인 이곳은 바로 백(百)·화(貨)·점(店). 욕망의 배설구, 무한 복제되는 욕망 아메바의 집합소라는 비난과 21세기 컨슈머헤븐(Consummer Heaven)이라는 찬사가 엇갈리는 곳이다. 다들 힘들어 죽겠다는 이 순간에도 대형 백화점은 밀려드는 고객들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중에도 최근 2년간 보여준 현대백화점의 선전은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연례행사처럼 신용등급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AA-에서 AA로 상향된지 1년만에 다시 AA+로 올라섰다. 롯데쇼핑, 신세계와 같은 반열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등급상향 배경에는 꾸준히 늘고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개선 등이 자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낮아져 재무안전성도 개선됐다.

실제 2007년 1618억원이던 현대백화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08년 1697억원, 2009년 1949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75억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져 상반기까지 14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역시 2007년 2112억원에서 지난해말 267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07년 61.4%에서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말 50.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 역시 11.6%에서 9.6%로 감소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다른 업종이 살얼음을 걷고 있는 시기에도 현대백화점은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 재무건전성 제고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 위기의 시기 현대백화점이 선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점포들의 유리한 입지환경과 브랜드 인지도 소비양극화에 따른 변화된 소비패턴, 백화점 업계의 과점체제 구축 덕분이다. 이는 현대백화점은 물론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빅3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현재 운영중인 현대백화점 점포는 총 13개다. 압구정 본점과 수탁경영중인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주력 점포들이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역을 배후상권으로 하고 있다. 지방 점포들 역시 대구와 부산, 울산 등 소비여력이 높은 상권에 몰려있다. ‘현대백화점=고급백화점’이라는 브랜드 인지도 또한 높다. 이는 충성도 높은 VIP고객 증가로 이어졌는데, 현대백화점의 VIP고객 비중은 2005년 2.6%에서 2010년 10.1%로 늘어났다. 이들의 매출 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28.5%에서 50.7%로 늘었다.

김희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은 고마진 위주의 상품 입점과 거래업체에 대한 높은 교섭력으로 매출원가율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영업이익률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20.5%이던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21.1%, 2009년 23.2%, 지난해 25.1%로 매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와 공급측면에선 가파르게 진행된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현대백화점을 비록한 빅3 백화점 업계 전체의 자양분이 됐다. 더 많은 가처분소득을 축적한 상위계층과 명품을 갈망하는 젊은층의 가치소비가 더해지면서 백화점업계의 매출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공급측면에선 지방의 유수 백화점이 쓰러지고 빅3 백화점의 점포망은 강화됐다. 과점체계를 형성한 빅3 백화점들은 VIP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덕분에 백화점 업계의 총 매출은 글로벌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 이후 오히려 연간 10%대의 신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증권업계에서도 현대백화점의 실적모멘텀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15년까지 현대백화점은 경쟁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실적 비교에서도 가장 높은 영업이익증가율을 기록하며 실적모멘텀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적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현대백화점은 유통주 내에서도 피난처 역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내 큰 손인 국민연금도 현대백화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3분기중 5% 이상 지분을 새로 사들인 27개 대량보유종목에는 현대백화점(5.1%)이 포함돼 있다.

회사채 시장내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 5월말 현대백화점은 3년만기 회사채 1500억원을 국고채3년물에 25bp(0.25%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발행했다. 등급상향이 이뤄진 직후이기는 했지만 당시 현대백화점은 동일조건 동일등급의 회사채 민평금리보다 30bp 가까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백화점이 계획하고 있는 매장 확장전략은 향후 회사 재무에 적잖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올해 대구백화점을 출점한 현대백화점은 내년 청주, 2013년 양재, 2014년 안산과 판교 광교, 2015년엔 아산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같은 기간(2012~2015년) 롯데가 4곳, 신세계가 2곳의 신규점포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확장전략이다. 백화점 점포 하나당 개설에 드는 비용이 2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4년간 총 1조8000억원 안팎의 대규모 투자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신규투자비의 30~40% 가량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외부차입으로 충당해야 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다만 연결기준 6000억원을 상회하는 우수한 현금창출력과 최근의 이익규모 증가세를 감안할 때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 투자규모가 적지는 않지만 회사내 유보된 이익잉여금 규모와 꾸준한 실적증가세를 감안하면 AA+등급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월말 현재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조2844억원에 달한다.

김희은 애널리스트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신규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간별로 적절히 배분돼 있어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백화점업의 특성상 운전자본을 활용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고, 보유 부동산의 높은 자산성 등으로 금융시장 접근성도 좋아 재무탄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백화점 수수료율 정상화 정책도 향후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그간 백화점업계는 중소 협력업체에 30~40%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율과 각종 명목의 판매 비용을 전가해 왔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해선 입점 유치를 위해 인테리어 비용까지 떠안으며 특혜를 베푼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영향권에서 현대백화점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며 “다만 향후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대내외 경기가 회복되면 정부의 압박강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