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하이닉스 탐난다는 STX 3문3답

by오상용 기자
2011.07.08 09:25:00

마켓in | 이 기사는 07월 07일 17시 1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참이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 안팎에선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은 있는지, 중동자금이 하이닉스 투자자로 참여하는데 대해 채권단내 거부감은 없는지, STX가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설비투자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기대 보다는 우려섞인 물음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STX의 인수의지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STX그룹이 `왜`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조선과 해운에 편중된 사업을 다각화할 시점이고, 하이닉스는 포기하기 아쉬운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해운업에 반도체를 더할 경우 대외 경기에 대한 STX그룹의 민감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조선과 해운업종의 시황은 글로벌 경기, 즉 국제 물동량과 방향을 함께 하는데, D램 업황도 미국과 유럽, 신흥시장의 내수경기와 크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의 크레딧애널리스트는 "STX그룹이 해마다 3조~4조원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세계 2위 D램반도체 사업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아닌 포트폴리오 편중 심화"라고 지적했다. 설사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반도체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인가도 의문. STX건설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합산 EBITDA는 작년 연간 기준 9105억원에 불과했다.





인수자금은 충분할까. 증권업계에선 STX가 신주와 구주를 섞어 하이닉스 지분 15%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소요 자금은 2조6000억~2조8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STX측은 중동 국부펀드와 50대50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큰 그림을 설명했다. 유력한 파트너로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이나 무바달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중 한 곳이 반을 분담한다 해도 STX그룹이 동원해야 할 자체자금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STX측은 국내외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이 3조원에 달하는데다, 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는 입장. 향후 STX대련 기업공개(IPO)와 크루즈 조선사인 STX핀란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그룹 재무여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크레딧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STX그룹의 순차입금 규모만 7조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STX그룹의 지주사인 STX(011810)(주)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7조5373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458.4%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TX는) 재무개선에 매진해야 할때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STX측은 합리적인 조건과 가격제시로 무리한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STX그룹이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채권단의 생각은 어떨까. 그간 하이닉스 채권 은행들과 산업정책 당국자는 하이닉스를 해외 경쟁사에 매각하는 것은 국가 핵심전략산업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선을 그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인수의향서(LOI)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면서 "입찰서가 제출되면 투자자간 계약관계를 면밀히 따져본 뒤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언론 보도대로라면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재무적투자자(FI)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M&A 관례에 비춰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UAE(아랍에미리트)간 최근 돈독해진 경제협력 관계를 감안할때 정부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에 반감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뒤 우리 정부는 한-UAE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UAE와 `조선산업 및 반도체 산업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반면 재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후 STX그룹과 하이닉스 모두 자금사정이 나빠지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아부다비 국부펀드 외에는 뚜렷한 돈줄이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가 시급하게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STX가 참여할 여력이 없다면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지분율 확대로) 결국 하이닉스는 중동자본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