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한도, `그 때 그 때 달라요?`

by김수미 기자
2007.07.16 06:02:00

비슷한 조건 상품이라도 한도차 커
금리·한도 등 꼼꼼히 따져봐야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갓 취직한 유씨(27)는 얼마 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러 은행을 찾았다가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똑같은 연봉에 비슷한 조건을 갖춘 직장 동기들이 만든 2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본인만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출 신청 은행은 급여이체를 비롯해 유씨가 대학 때부터 주거래처로 삼아왔던 은행이어서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

이처럼 연봉 등 제반 조건이 비슷함에도 한도 승인에서 희비가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용대출 신청시 알아두면 좋은 팁을 꼽아봤다.



대출한도 산정시 가장 큰 변수는 `연소득`이다. 신용대출 한도심사의 핵심인 `채무 상환능력`을 보는 데 가장 좋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연소득의 7~80% 이내에서 본인의 기존 채무와 타인에 대한 보증채무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신용대출 기본한도가 된다.

그러나 유씨처럼 연봉조건이 동일해도 승인이 다르게 나는 경우가 있다.

한도 산정시 은행 및 상품에 따라 은행별 고객등급이나 환전 등 은행 거래 실적, 신용카드 이용 실적 등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유씨의 경우 10년 가까이 한 은행을 거래했지만 요구불 통장 외에 추가 거래 실적이 없어 그다지 가산점을 받지 못했다.

한 은행에서 거래를 오래했다고 무조건 우대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래 기간 못지 않게 거래 규모도 중요하다.

유씨와 같은 연봉을 받는 동료들은 요구불 예금 외에 신용카드와 적립식 펀드, 환전 등 추가 거래 실적이 많아 유씨보다 높은 고객등급을 얻었다.



같은 직장, 같은 연봉의 동료들이라 하더라도 대출 금리는 개인별로 모두 다르다. 각각의 평점과 금리 우대 항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신용대출을 신청하러 가면 은행이 요구하는 기본 서류를 제출한 뒤 모든 절차를 은행원에게 일임하는 게 대세다.

그러나 전적으로 은행원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금리우대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금리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추가 가능한 일부 금리 우대 항목을 은행원이 생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급여이체시 0.1~0.3%포인트, 10만원 이상 적립식 상품 가입 고객, 연간 환전 금액 1000달러 이상 고객, 청약상품 가입 고객 각 0.1%포인트 등 10여개의 금리우대 항목을 정해두고 있다.



국민은행도 인터넷·모바일 뱅킹 가입시 최고 0.2%포인트, 신용카드 실적 연계시 0.2%포인트 등 우대 항목을 정해뒀다.

환전 계획이 있다면 신용대출 실행 전에 서두르는 등 은행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체크하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이텔·나우누리 등 PC 통신을 사용하던 시절 정식으로 해지절차를 밟지 않고 그냥 사용을 중지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본인의 신용정보을 체크해봐야 한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미납 사실조차 전혀 기억 못하고 있는 PC통신 요금이 연체기록으로 남아 대출시 영향을 미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단 금액의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연체기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경우 신용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카드 대금 등 은행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체납 사실도 모두 일괄 관리되기 때문에 대출 계획이 있다면 미리미리 체크해두는 게 좋다.

미납 대금을 납부해도 연체 이력 해소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할부로 차를 구매하고 아직 대금이 완납되지 않았다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한도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차값이 채무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근간 차량을 구입한 고객 중 상당수가 타행 채무가 있냐는 은행원의 물음에 `없다`고 답한 뒤 막상 신용정보를 조회해보면 기존 채무가 잡혀있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차값의 경우 금액도 크기 때문에 한도 산정시 미치는 영향도 크다.

신용대출을 받을 계획과 차량 구입 계획이 함께 있다면 신용대출 실행 시점 뒤로 차량구입을 미루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에 하나가 가지고는 있지만 실제로 쓰지 않은 마이너스 통장이 기존 채무에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두고 실제로는 통장잔액을 플러스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 이자만 부담하지 않아도 될 뿐 1000만원의 채무는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

신규 신용대출 실행시 개인별 한도에서 차감되는 것은 물론이다.

만일 예전에 만들어둔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평잔을 플러스로 유지해 둘 게 아니라 신규 신용대출 신청 전 `약정해지`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