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②긴장 속 관망-교보증권

by이학선 기자
2006.03.27 07:05:00

"관망속 리스크 관리 타당"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교보증권은"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월간 산업활동 동향, 국채 20년물 입찰 등 주요 일정들이 대기중인 만큼 주 초반은 관망 속에 리스크 관리 관점이 전략적으로 타당하다"며 "그러나 여전히 경기회복 강도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엇갈린 견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금리 변동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을 앞두고 통화당국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 있어 4월 금통위까지는 긴장감을 유지한 관망세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이번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90~5.05%, 국고 5년물 금리가 5.10~5.30%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금리가 박스권 등락을 유지하면서도 소폭 상승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재료가 없는 `재료 공백` 흐름이 이어졌으나 향후 줄줄이 대기중인 대형 이벤트에 대한 불안감으로 금리 상승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버냉키 FRB 의장의 뉴욕클럽연설, 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 선임 등 굵직한 정책 이벤트가 있었으나 방향성 탐색을 위한 관망세를 해소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버냉키 리스크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취임 이후 첫번째 공식 일정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시종일관 발언 수위를 조절, 연준 이사 시절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초기 연준에 대한 업무 장악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며 당분간 이 같은 `그린스펀스러운` 접근 방식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았던 수익률곡선 평탄화에 대해서는 경기후퇴의 시그널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현 수익률곡선의 평탄화(장단기금리차 축소)의 의미에 대해 아직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모호하다(ambiguous)`고 강조했다. 전임 그린스펀 의장의 `수수께끼(conundrum)` 발언과 연결되는 문구로 현 금리인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장기금리가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1) 중앙은행의 인플레 통제 능력에 대해 신뢰가 강해졌고 성장도 안정적 2) 해외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발생한 달러 자금을 대거 미국 국채에 투자 3)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연기금 펀드들의 장기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 4) 수요에 못 미치는 장기채 공급 등이 지목됐다.

우리는 첫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이 대부분 채권시장 내수급과 관련된 것인 만큼 버냉키 의장 취임 이후의 통화긴축 사이클 역시 적극적 인플레 견제보다는 금리구조의 정상화라는 기존 관점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이 5% 부근에서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성태 신임 한은 총재 취임과 전망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이성태 현 부총재가 임명됐다. 여러 후보군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당연직 금통위 위원인 현직 부총재가 승진, 임명됨으로써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후임 총재 선정에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으로 직접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인물의 중용으로 인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큰 골격에서는 기존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4월 초 김태동, 김종창위원의 임기 마감으로 새로운 금통위 구성이라는 변수가 남았으나 신임총재의 금통위 장악력이 높을 것으로 보여 주도적인 통화정책의 수행이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신임 이성태 총재는 68년 입행 이후 약 40년 동안 한국은행에서만 경력을 쌓은 정통 `한은(BOK) 맨`. 내부 승진을 통한 총재 기용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중앙은행 특유의 신중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통화정책에 가장 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또 자금부, 조사국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한 만큼 한은 내부 조직에 대한 장악력도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이 총재는 부총재라는 직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언론이나 시장에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4년 11월 소위 `금통위의 반란`이라고 불리는 콜금리 인하 당시 의사록에 유일하게 인하를 반대한다는 소수의견을 명시해서 일부에서는 매파적인 성향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그렇지만 2004년 당시 명시한 “실물경제 부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정책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없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감안한 적정금리 수준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콜금리 목표 3.5%도 다소 경기부양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는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주도적으로 선도했다.

이에 따라 당사는 신임 총재의 개인적 성향에 대한 평가보다는 현 통화정책의 방향(긴축적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자원배분의 왜곡 시정 등 ‘금리구조의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한다.

FOMC 이벤트 영향 불가피..그러나 파괴력은 제한적일 듯

지난 주 버냉키 의장의 연설로 인해 3월 FOMC에 대한 전망은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미 수익률곡선의 평탄화와 경기 침체와는 무관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당사는 이번에도 연방금리 25bp 인상을 예상한다(기존 4.50% -> 4.75%로 인상 전망).

우리는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명시적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고 신호를 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주요 금리인상 사이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금리인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친절하게` 금리인상의 종료를 알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불안요인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경험적으로 중립적인 금리수준(4~5%)을 넘어서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이미 상당부분 예상이 이뤄진 만큼 3월 FOMC가 우리 채권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이벤트 효과` 이외에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RB가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심리를 계속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고 실제 금리인상 사이클의 완료를 알 수 있는 타이밍이 사후적으로 이뤄질 확률이 높은 만큼 섣불리 공격적 시장 접근은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아마도 연준이 의도하는 바 일 것이다).

2월 산업활동 동향 : 기저효과에 포커스

월간 단위 최대 경제지표 이벤트인 2월 산업활동 동향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변수다. 주요 언론사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2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에 비해 2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당사는 14.5% 증가 예상).

우리는 1~2월 모두 강한 기저효과로 인해 지표 자체의 유의성은 떨어지지만 2개월을 합산할 경우 두 자릿대 수준을 전후로 한 증가율이 이어지는 만큼 경기회복이라는 경기관에는 큰 변화가 없다.

국고 3년 4.90~5.05%, 국고 5년 5.10~5.30% 전망

시중금리가 최근 수주간에 걸쳐 형성된 박스권의 상단선까지 상승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재료가 없는 `재료 공백기`가 지속됐으나 향후 대기중인 대형 이벤트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금리는 소폭이나마 상승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미국의 FOMC, 월간 산업활동 동향, 국채 20년물 입찰 등 주요 일정들이 대기중인 만큼 주 초반은 관망 속에 리스크 관리 관점이 전략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회복 강도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엇갈린 견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변동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더구나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을 앞두고 통화당국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 있어 4월 금통위까지는 긴장감을 유지한 관망세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주간 금리 레인지는 국고 3년물을 4.90~5.05%로, 국고 5년물은 5.10~5.30%로 각각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