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희생자의 2배..'값싼' 노동자들의 죽음 [그해 오늘]
by장영락 기자
2026.04.24 00:02:02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 사바르에서 지상 9층 빌딩인 라나 플라자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무려 1100여명이 사망하면서 전세계 건물 붕괴 사고 사망자 수 기록으로 남았다. 502명이 사망한 한국 삼풍백화점 사고보다 2배가 넘는 사람이 희생된 사고였다.
이 건물은 2007년 4층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2층까지는 상업 시설로 쓰였고 3~4층은 의류 하청 공장이었는데, H&M 같은 선진국 기업들 하청을 받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허가 건물로 지어졌고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증축을 하면서 참사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이 되면 8층 건물로 2배로 증축이 됐고, 무허가 건물이었기 때문에 증축 허가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9층을 올리는 공사가 또 이루어지면서 붕괴 조짐이 대놓고 드러났다. 삼풍 사고 역시 증축한 층이 붕괴 원인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장기간 반복 증축으로 시한폭탄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건물이었다.
사고 전날에는 건물 내부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기둥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갈 정도였다. 이에 건축 기술자가 건물주에게 위험을 알리고 입주민 대피를 요구했고, 경찰까지 와서 대피를 권고했으나 건물주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24일 오전 8시 45분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아침 출근 때가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에 건물에 3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고, 빠르게 붕괴가 진행되면서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다.
건물에 있던 이들의 3분의1이 사망하고 나머지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공식 사망자 집계는 1134명이었다.
건물주의 안전 불감증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었지만 방글라데시의 오랜 부패, 국제적 불평등 문제 역시 조명됐다. 희생자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 하청을 받는 공장 노동자들이었는데, 이들이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을 받으며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던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게 희생됐음에도 10여년의 시간이 바꾼건 많지 않았다. 건물주는 사고 4년 후 부패 혐의에 대해서만 겨우 3년형을 선고받았고, 방글라데시의 의류 제조 하청 산업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