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데리고"...10대들 상습 성폭행한 남성들의 정체 [그해 오늘]
by박지혜 기자
2025.05.22 00:02: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강아지를 데리고 식당에 가기가 어려우니 집에 두고 놀자”
지난 2018년 10월부터 11월 사이 서울 광진구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선 남성 강모(당시 22세) 씨와 정모(당시 22세) 씨가 10대 여성들에게 접근해 한 말이다.
 |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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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난 강 씨와 정 씨는 피해자 A(당시 18세)씨와 B(당시 19세)씨가 강아지에 흥미를 보이자 이들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가 섞인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한 뒤 정신을 잃자 수차례 성폭행했다.
정 씨는 강 씨의 성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으며, 강 씨는 술에 취해 잠이 든 B씨를 상대로도 성폭행을 저질렀다.
강 씨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도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다 만난 C(당시 18세)씨와 D(당시 19세)씨를 집으로 유인해 함께 술을 마시다 이들을 추행했다.
강 씨와 정 씨는 2017년 7월에도 이른바 ‘헌팅’으로 만난 E(15)양을 집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시다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5월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 민철기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카메라 등 이용 촬영)·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씨와 정 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5년간 취업 제한과 3년간 보호관찰, 20년간 신상정보 등록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씨는 “주스에 졸피뎀 성분의 약품을 탄 적이 없고 들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상해를 가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횟수, 내용 등에 비춰볼 때 범행이 중하고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들의 나이가 어리고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나 성도착증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강아지가 경계심을 허무는 도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학생 정도 돼도 저런 종류의 유인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18살, 19살 된 미성년자들도 따라갈 순 있다. 그런데 이들이 예견하지 못한 위험이 존재했다. 졸피뎀이 든 음료수를 먹게 할 거라곤 예상을 못 했던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나름 상당히 체계적으로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다음 피해자를 물색했기 때문에 그 어떠한 피해자도 따라간 순간 방어하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낯선 사람의 공간에 방어할 수 없는 상태로 따라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아이들한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을 선한 사람으로 인식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선의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후광 효과(halo effect)’를 언급하기도 했다. 후광 효과란 하나의 매력이 다른 인상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걸 말한다.
실제로 2015년 미국의 한 남성 유튜버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강아지를 앞세워 다가간 뒤 “다른 강아지 더 보러 갈래?”라고 묻자 불과 몇 분 만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유튜버의 실험에 동의한 부모들은 눈앞에서 낯선 사람과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교수는 “좋은 사람은 언제나 착한 일만 할 거 같은 착각 속에서, 아이들 경우엔 사리분별력이 아직 다 발달하지 않아서 인지 왜곡 취약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