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랑 잤냐” 묻는 동성 직장상사 성희롱 인가요?[양친소]

by백주아 기자
2024.11.03 07:00:02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저는 퇴사를 고민 중입니다. 직원 열명 정도의 작은 오피스인데, 꼰대 직장상사의 막무가내 일처리 그리고 불쾌한 성적 농담으로 도저히 견디기 힘듭니다.

상사는 친밀감의 표현이라며 성적 농담을 자주 건넵니다. “피곤해 보인다. 어젯밤 여자친구랑 잤냐.”, “주로 어디서 하냐, 나 때는...” 하며 이런 말들을 재밌다고 합니다. 직장상사다 보니 조심스럽고, 같은 남자끼리 이런 농담쯤은 웃으며 넘겨야 하나 싶었지만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직원들도 있는 사무실에서 저 하나를 두고, “얘는 (중요부위)가 작을 거 같다” 며 몇십분을 이 주제로 이야기 하는데 여직원들 표정도 일그러지고 저 역시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신나서 더 떠들더군요.

다음 날 직장상사를 찾아가 “성적 농담이 심하신 거 같다, 여직원들도 힘들어한다”고 말했지만 상사는 사과는커녕, “친근해서 그런 건데 문제가 되냐, 특별히 성적 의도가 없었다. 업무 중 벌어진 일도 아닌데 문제가 되냐”며 되려, 저를 속 좁은 사람 취급을 합니다.

직장상사도 남자고 저도 남잔데 이런 상황들로 직장 내 성희롱 성립이 될까요? 상사 말처럼 성희롱 의도가 없었다면 문제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동성 간 성희롱을 단순한 장난이나 친밀감의 표현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같은 성별이라고 해서 불쾌한 성적 언동이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성 간이어도 직장 내에서 성적인 농담을 듣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성희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의도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지를 기준으로 보며 객관적으로도 수치심을 느낄만한 상황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연의 직장상사가 말한 것처럼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규정 자체가 업무관련성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긴 하지만 반드시 업무시간 중에 벌어 질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사자 관계 및 그 지위를 고려할 때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으면 충족합니다.

법원도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되고,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연 역시 인사고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수행에 편승해 성적 언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에 대해서 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주는 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사기간 중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사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가해자에 대해서 징계가 이뤄집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는 사업주가 성희롱 금지에 위반하면, 1,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직장상사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중요부위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면 형법에 따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실제 유사한 사례에서 직장 여상사가 여직원에게 ‘왜 이렇게 잔머리가 많냐, 꼭 애 낳은 여자 같다’라고 하고, 아토피로 목에 붉은 반점이 있는 것을 보고 ‘어젯밤 남자랑 뭐 했어?’라는 말을 한 것에 대해 모욕으로 고소를 했고 실제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은 민법이 정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직장 여상사가 여직원에게 한 성희롱 사례에서 직장상사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