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6초 만에 연기·가스 전체로"…7명 숨진 대전 현대아울렛[그해 오늘]
by김민정 기자
2024.09.26 00:01:0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22년 9월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날 오전 7시 45분께 아울렛 지하주차장 지하 1층 하역장 근처에서 불꽃이 치솟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6분 만인 오전 7시 51분 대응 1단계를, 7분 뒤인 오전 7시 58분 대응 2단계로 상향하고 총력대응에 나섰다. 오후 1시 10분께 큰 불을 잡은데 이어 화재 발생 약 7시간만인 오후 3시께 진화가 완료됐다.
당시 지하주차장 하역장에서 시동이 켜진 채 정차된 화물차에서 뿜어져 나온 고온 배기가스 열이 차 아래 쌓여 있던 종이상자에 전달돼 불이 시작됐다.
여기에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프링클러 작동 등을 제어하는 화재수신시가 아예 꺼져 있어 스프링클러가 작동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실제 화재가 발생한 뒤에도 7분간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았고, 주차장 전체에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7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불이 시작된 냉동탑차 주변에는 상자들이 가득했다. 화물차 하역장 바닥에 방치된 폐지와 적치된 의류박스들은 화재를 키운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숨진 이들은 택배·청소·방재 업무 관련 근로자들로 파악됐다. 아울렛 개장 전이라 외부 손님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점장 등 관계자 5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고 법인 2곳도 재판에 넘겨졌다.
현대아울렛 대전점 점장과 지원팀 직원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주차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고 지원팀장에게는 여기에 사문서위조·행사 혐의가 추가됐다.
사문서위조·행사 혐의가 추가된 관계자는 2021년 3~7월쯤 도급사업장 월간 협의체 회의록 등 서류들을 위조해 본사 담당자에게 제출하거나 비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청업체들과 합동해 안전점검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마치 소방시설 등 합동점검을 한 것처럼 꾸민 혐의다.
소방·시설관리를 맡은 업체 소속 소장과 소방팀장에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화재예방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주식회사 현대백화점은 주차장법 위반으로, 소방·시설관리업체는 화재예방법 위반으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3월 19일 이번 화재 참사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세 차례에 공판 준비기일을 마치고 이날 처음 열린 공판기일에서 화재 확산의 원인을 놓고 소방시설 하청업체와 현대아울렛 측이 공방을 벌였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심리로 진행된 원·하청 관계자 5명과 법인 2곳에 대한 1차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 요지를 설명하며 당시 상황에 대해 “유독가스가 포함된 연기가 화재 발생 시부터 약 10분 6초 만에 지하 1층 전체로 확산됐다”고 밝혔다.
소방시설 하청업체 측은 “우레탄 폼이 타며 불이 급격히 번진 만큼 스프링클러로 막을 수 없었으며, 수백 건의 오작동으로 현대아울렛의 지시에 따라 화재 수신기를 수동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아울렛 측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것은 소방시설 연동을 정지시켜 스프링클러가 제때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상 작동됐더라면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양측 주장과 달리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업체 관계자 등 4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이밖에 백화점 및 업체측 증인까지 더하면 이 사건 증인만 70여명, 증인신문에만 1년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전지방노동청이 조사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호법 위반 수사가 마무리돼 추가 기소될 경우 재판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