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여친 무참히 살해…“왜 화가 났나요?” 묻자 한 말[그해 오늘]
by이로원 기자
2024.09.09 00:00:05
상견례 앞두고 연인살해 후 시신 훼손한 20대
대법원서 무기징역 확정 “재범 위험 매우 높아”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2019년 9월 9일, 자신과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피고인 A(28)씨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복형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10월 24일 오후 11시 28분께 자신이 운영하던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한 국밥집 2층 옥탑방에서 여자친구 B(23)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했다. A씨는 B씨와 상견례를 앞둔 사이였다.
당시 A씨의 가족은 B씨의 아버지로부터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아들 집에 찾아갔다가 B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음 날인 25일 0시 5분께 인근 지인의 집으로 도주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양가 상견례를 앞두고 B씨를 만났다가 B씨가 자신의 직장이 있는 수도권에 신혼집을 마련하자며 상견례까지 미루겠다고 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A씨가 숨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사건 이후 B씨의 가족은 2019년 10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잔인한 두 번의 살인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재하기도 했다.
유족은 청원 글에서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으로 학원 한번 제대로 못 다녔지만, 딸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장학생이었다”며 “대학 입학 후 4년간 용돈 한 번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등록금과 부모 용돈까지도 살뜰히 챙기는 예쁜 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에 입사한 딸은 결혼 후에도 계속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거주지와 일터인 춘천의 식당 2층 옥탑을 개조한 집에서만 신혼살림을 하기를 원했다”며 “딸은 직장과 거리가 멀어 걱정하던 중 서울과 춘천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퇴계원 쪽에 부모 도움 없이 신혼 자금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장만하기로 서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가해자는 딸에게 춘천으로 와 달라고 했지만, 딸은 회사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공부로 못 간다는 의사표시를 여러 차례 했다”며 “그러나 가해자의 계속된 권유에 마지못해 퇴근 후 찾아갔다가 처참히 살해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잔인하고 중대한 범죄에 대해 가해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한다면 나 같이 피눈물 흘리는 엄마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가해자를 이 사회와 영원히 격리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1심 판결 이후 검찰과 A씨 측은 양형부당과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점, 범행 후 시신을 무참히 훼손한 수법은 납득하기 어렵고 우발적 범행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참회와 반성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중심적이고 결혼에 집착해온 피고인은 헤어지자는 여성에게 협박 등 폭력적 성향을 반복적으로 드러냈다”며 “유사한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살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 등 재범 위험이 매우 높다”며 원심과 같은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렸다.
A씨는 같은해 11월 28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