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인사이트]요동치는 美대선과 우리의 대응

by김형욱 기자
2024.08.05 05:00:00

트럼프의 피습과 해리스의 선전,
한편의 영화 같은 美 대선 국면
예상보다 큰 변화 마주할수도…
산업경쟁력이 변화 버티는 힘,
과감한 투자·규제철폐 서둘러야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 및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연초부터 2024년은 슈퍼선거의 해로 규정되었다. 무려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투표하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선거 중에서 무엇보다 세계가 주목하는 선거는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에 대한 총격 피습,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현 부통령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결 성사 등 드라마틱한 상황 변화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얼마 전까지 미국 대선은 별로 특별할 게 없는(영어로는 same old same old) 양상이었다. 영화가 흥행하려면 기본적으로 각본과 캐스팅이 중요할 것이다. 트럼프 대 바이든 제2라운드의 식상함 대신 지난 주말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의 예상 밖 선전과 함께 성별, 인종, 세대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트럼프 대 해리스 구도는 미 대선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세계가 이번 미 대선을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하는 이유는 신임 대통령이 국제 질서에 미칠 영향,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져올 변화의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돌아오면 당장 파리기후협약부터 재탈퇴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국내 정치와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폐기도 언급하고 있다. 전보다 강한 보호무역주의 정책 추진도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바이든 정부 2기와는 달리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건 누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든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완화되기는 어렵다.

세계화의 확산이 정체된 이후 경제가 정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외 부문의 비중이 큰 한국경제로서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예상보다 큰 변화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한·미 동맹을 주축으로 한 안보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경제통상과 안보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미 대선 이후 예상되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통상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핵심 공약들 - 보편적 관세, IRA 보조금 축소(또는 폐지), 환경정책 후퇴 등 - 의 영향력을 분석하여 시나리오별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미간 경제협력이 트럼프 1기와는 다른 차원으로 격상되었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해외직접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1위이고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2023년 대미 직접투자국가 중 한국이 일자리 창출 비중 1위를 기록하였다. 대미 투자 증가는 한국으로부터의 원부자재, 중간재 조달의 증대로 이어져, 대미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트럼프가 불만으로 제기할 무역수지 흑자 문제가 사실상 한국의 대미투자 증가 및 미국내 일자리 창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미 대선 이후 우리 통상전략의 본질은 더 커질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물론 기술 패권경쟁 심화 속 산업정책과의 연계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있다. 높은 수준의 산업경쟁력은 수출 대상국의 정치권력 교체에 따른 정책변화를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보호주의의 벽을 뚫을 수 없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철폐, 리스크를 감내하는 기업가정신 고취, 인적자원의 육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당분간 과거처럼 다자무역체제와 국제규범에 기반한 세계경제질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용한 자원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기업들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기업과 정부, 정치권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규제철폐 등 국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미 대선 이후 전개될 여러 도전에 대한 우리 응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