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H지수 폭락에 물타기 나선 무학…항셍 ELS 추가 매입

by이건엄 기자
2024.03.27 07:21:57

H지수 ELS 원가 1934억…전년比 13.1%↑
1년 새 224억 증가…4Q에는 80억 신규 매입
“조정 충분히 이뤄졌다 판단…손실 가능성 낮아”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경남 지역 주류 업체인 무학(033920)이 항셍중국기업지수(이하 홍콩H지수) 폭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추가 매입하는 일명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무학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가 장기투자에 가까운 만큼 당장의 손절 보다는 추가 매입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무학의 ELS 투자 규모가 이미 1년 매출을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추가 매입이 향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무학)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의 홍콩H지수를 포함한 ELS 취득원가는 지난해 말 기준 1934억원으로 전년 말 1710억원 대비 13.1% 늘었다. 같은 기간 장부가액은 1519억원에서 1844억원으로 21.4% 증가했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상품의 취득원가가 증가한 것은 물론 신규로 홍콩H지수와 닛케이225가 연계된 상품을 추가로 매입한 것이다.

무학이 보유하고 있는 ELS는 홍콩H지수와 코스피 200, S&P 500, 닛케이 225 등이 포함돼 있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주가가 별도로 설정한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무학이 홍콩H지수 폭락에 맞춰 물타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홍콩H지수가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보여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은 만큼 추가 매입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무학이 ELS 추가 매입 과정에서 상승폭이 가파른 닛케이225와 연계된 상품을 선택한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실제 지난 2022년 말 11.2%에 달했던 무학의 홍콩H지수를 포함한 ELS 손실률은 추가 매입 이후인 지난해 말 4.7%로 6.5%포인트(p) 하락했다. 주식 투자 은어인 ‘물타기’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방법을 뜻한다.

물타기와 별개로 무학은 지난해 H지수 ELS 투자로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무학이 보유하고 있는 홍콩H지수 ELS 상품이 지난해 호황을 맞았던 닛케이225, S&P500과 연계된 상품임에도 장부가액 기준 손실을 기록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무학은 홍콩H지수 ELS 투자로 지난해 말 기준 1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특히 80억원 규모의 상품을 추가 매입하기 이전인 지난해 3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2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증권가 등에서는 무학이 투자한 ELS 중 홍콩H지수 비중이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무학 관계자는 “홍콩H지수가 충분히 조정됐다고 보고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신규 가입과 만기 도래가 수시로 이뤄지다 보니 취득원가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준 홍콩H지수는 5844.48로 지난 2021년 고점인 1만2000선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홍콩H지수가 5000대 아래로 떨어진 올해 초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58.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