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제도권 진입한 비트코인…"중장기 관점서 접근하라"
by임유경 기자
2024.01.24 00:00:00
10일 미국 SEC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상장 후 10일 넘게 비트코인 가격 하락 중
그레이스케일 환매 물량에 시장 타격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기대…반감기·금리인하 주목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비트코인이 탄생 15년 만에 미국 증시에 진출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11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하면서 드디어 제도권에 진입한 것이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이전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쉬워지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신규 자금 유입이 그다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기존 기관 자금이 수수료율이 낮은 다른 ETF로 대거 넘어가면서 환매 압력도 그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TF 상장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비트코인 수요가 늘고, 비트코인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오는 4월 예정돼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가상자산 시장분석 서비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4만 달러를 턱걸이했다. 미 SEC의 현물 ETF 승인 직후 가격과 비교하면 14% 넘게 하락한 것이다.
앞서 시장에선 현물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스탠다드 차타드는 2025년 말까지 20만달러(한화 약 2억60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막상 상장 이후에는 10일 넘게 하락 중이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지난 10년간 운영해온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ETF로 전환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최근 비트코인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GBTC는 2013년 기관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 상품으로 등장했다. 총 자산운용규모(AUM)는 300억달러에 이르는데, GBTC에 있던 기관 자금이 블랙록 등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로 이동하면서 환매 압력이 높아진 게 최근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일주일간 GBTC에서 28억달러(3조7450억원)가 빠져나간 반면 블랙록과 피델리티 ETF의 AUM은 각각 10억달러를 돌파했다.
GBTC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높아진 이유는 1.5% 대의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블랙록 수수료는 0.25%에 불과하다. 갈아타기에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는 ETF는 매도 후 결제 대금을 정산받기까지 최소 이틀은 걸리기 때문이다. 대량 매도에 따른 타격은 비트코인 시장을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다.
김재원 쟁글 리서치팀장은 “ETF 승인 이후 지금까지 GBTC 계좌에서 매도한 비트코인이 7만 개가 넘었다”며 “GBTC의 매도가 멈춰야 비트코인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GBTC 계좌에 남은 비트코인은 55만개로 한동안 환매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차익 실현에 따른 매도 압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원동력으로 작년 한해 155% 상승했다. 크립토퀀트는 지난달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져 비트코인이 3만2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서서히 ETF로 유입돼 비트코인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투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일종의 혁신”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총 1000억달러(약 131조원)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에 베팅하는 선물 ETF와 달리 기초 자산인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이라 신규 유입액이 늘어나면 즉시 비트코인 수요로 이어지게 된다.
비트코인 반감기가 오는 4월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호재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4년마다 채굴자 보상을 위해 발행되는 코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다. 역사적으로 반감기를 거치는 4년 주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2020년 3차 반감기 때는 150일 만에 27%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 이번 반감기는 과거만큼 큰 폭의 상승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원 팀장은 “이번 반감기의 경우 줄어드는 채굴 보상이 3.125개로 과거 반감기 대비 절대적으로 적다”며 “공급량 감소로 인한 실질적인 가격 상승 폭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현물 ETF 승인에 따른 기관자금 유입 및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려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