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할머니 강간살인'…범인의 DNA는 어딘가 달랐다[그해 오늘]

by채나연 기자
2024.01.22 00:00:10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13년 1월 22일. 7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강북 할머니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40대 방글라데시 남성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사진=게티이미지)
2012년 8월 27일 오후 8시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70대 후반의 여성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알몸 상태로 살해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검 결과 A씨는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성교의 흔적이 발견돼 성폭행을 의심했다. A씨는 폐지를 모아 생활비를 벌며 20년 넘게 혼자 살아온 기초수급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를 탐문하던 중 폐쇄회로(CC)TV에서 살해 추정 시간 전후로 A씨 집에서 나오는 한 남성을 발견한다.

국과수로부터 A씨의 사체에서 나온 DNA가 남아시아계열이라는 것을 전해 들은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열흘 전 A씨 집 근처로 이사 온 귀화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40대 남성 노씨를 지목했다.

경찰은 노씨에게 채취한 구강 상피세포 유전자와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노씨를 긴급체포했지만, 노씨는 국과수의 감정결과에도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검찰은 2012년 10월 중순 A씨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목을 눌러 살해한 혐의로 노씨를 구속기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조사 결과 평소 본처 외 내연녀가 있었던 노씨는 사건 당일 내연녀가 헤어지자고 말하고 전화를 받지 않자 성욕을 충족하고 화풀이를 하기 위해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이후 부산으로 도주하면서 휴대전화로 ‘살인죄 공소시효’와 ‘강북 할머니 살인사건’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씨가 사용하는 5대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서는 음란물 500여 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평소 겉으로는 좋은 평판의 가장인 것처럼 보인 노씨는 특수강도와 인질강도 미수 등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씨는 1994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2004년 귀화했으며 대포폰 제작과 통역 업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2005년부터는 경기·인천 관내 경찰서에서 통역인 및 제보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2013년 1월 노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성욕 충족과 화풀이를 위해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고령의 피해자 주거에 침입해 범행을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노씨는 유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기는커녕 범행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노씨는 1심 선고 후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11시간 넘게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8명이 유죄로 판단하고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권고했다.

2013년 11월 대법원은 노씨에게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