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맞고 피 나"…숨진 父, 수개월 화장실에 방치한 아들[그해 오늘]
by김민정 기자
2023.11.28 00:01:0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9년 11월 28일, 아버지와 술을 마시다 다툼이 생기자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실에 5개월간 방치한 20대 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A(26)씨는 2018년 12월 15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수원시 권선구 집 안방에서 아버지 B(53)씨를 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화장실로 옮겨 약 5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평소 아버지가 자주 술을 마시고 폭력적인 성향이라는 이유로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가 사건 당일 술을 마시던 중 폭행당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9년 5월 22일 긴급체포된 후 경찰조사에서 폭행 사실만 인정하고 직접적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주먹으로 2~3차례 아버지 얼굴을 때렸다”면서도 “아버지가 피를 닦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가보니 의식 없이 쓰러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시신에서 갈비뼈 골절과 타박상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의 추궁에 A씨는 “방에서 아버지를 폭행했는데 숨을 쉬지 않았고, 화장실로 시신을 들어 옮겼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수사결과 A씨는 작은아버지가 숨진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요즘 바쁘니 다음에 보자”며 아버지 행세를 한 점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같은 달 악취 문제로 A씨의 집을 찾은 건물관리인과 A씨의 작은아버지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A씨와 아버지는 별다른 수입원 없이 둘만 살고 있었다. 집 계약 명의는 작은아버지 이름으로 돼 있었으며, 부자의 생활비도 작은아버지가 대주고 있었다.
이에 집주인은 임대 계약자인 A씨의 작은아버지에게 “이상한 냄새가 나니 집을 열어달라”고 연락해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시신을 확인했다. 발견 당시 B씨의 시신은 미라화가 진행되면서 검게 부패했고, 악취가 심하게 풍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자택은 화장실이 2개인 구조여서 A씨는 그간 아버지의 시신이 없는 다른 화장실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며, 1심은 “피고인의 범행은 매우 반인륜적이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구체적 내용이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보면 1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