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C 국제학생증만 진짜'…상습 허위광고 업체 '철퇴'
by이배운 기자
2023.10.02 07:00:00
3000만원 배상판결…법원 "거래질서 해치는 기만적 광고"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자신들이 발급하는 국제학생증이 ‘세계 유일’이라며 다른 국제학생증을 ‘가짜’로 몰아간 업체가 철퇴를 맞았다.
|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ISIC 국제학생증 발급대행사에 3000만원을 배상하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B사는 자신들이 발급하는 ISIC(국제학생증협회) 국제학생증을 홍보하면서 ‘국제학생여행연맹과 유네스코가 공동 창안한 만국 공통의 학생 신분증’ ‘해외여행 시 학생신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학생 ID카드’ ‘사설업자가 가짜 국제학생증을 판매하고 있어 반드시 UNESCO 로고를 확인하라’ ‘국내 업체들이 판매하는 빨간색 카드는 사이비 국제학생증’이라는 내용의 홍보물을 배포했다.
이에 ISEC(국제학생교류카드사) 국제학생증 발급대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B사를 상대로 홍보물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A씨의 인격, 명예, 신용을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B사는 ‘진짜 국제학생증(ISIC) 대 가짜 국제학생증(ISEC)의 비교’ ‘가짜 국제학생증은 ISIC 국제학생증 명칭을 표절해 할인혜택이 안됨’ 등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됐다. 이에 A씨는 B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고 B사는 문제의 전단지를 배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경고 조치로 종료됐다.
이후 B사는 ‘ISEC 국제학생증은 가짜’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ISIC 국제학생증만이 유네스코가 공식인증한 유일한 세계공통의 국제학생증”이라는 이라는 문구가 담긴 홍보물을 계속 사용했으며 약 50개의 대학과 제휴 금융기관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시됐다.
법원은 B사의 부당한 광고행위로 A씨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은 현재 국내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국제학생증은 ISEC 학생증과 ISIC 2개만 있어 치열한 경쟁 관계인 점, 유네스코는 ISIC 학생증에 로고를 표시할 권한을 준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홍보물은 ISIC 국제학생증만이 공식인증을 받았다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치는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위도 문제의 광고가 부당하다는 점을 밝혔는데도 문제의 홍보 문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게시된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청구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에 대해서는 “재산상 손해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