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평온한 가정집…‘살인 공장’ 만든 지존파 [그해 오늘]
by홍수현 기자
2023.09.19 00:00:0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1994년 9월 19일, 대한민국 범죄사에서 가장 엽기적인 기록으로 남겨진 ‘지존파’ 일당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 지존파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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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오로지 “가진 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는 목적 하나로 뭉쳤다. 두목 김기환(당시 25세)를 필두로 강동은(23세), 김현양(23세), 강문섭(21세), 문상록(24세), 백병옥(20세), 송봉은(17세) 등 7명은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5명을 연쇄 살인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었다. 조직원들은 1년 동안 막노동 등으로 돈을 모아 김기환의 어머니가 살던 전라남도 영광의 집을 ‘살인 공장’으로 리모델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분홍색 외벽에 민트색 담장으로 둘러싸인 평온한 가정집이었지만 지하에는 창살 감옥과 사체를 은닉하기 위한 사체 소각시설까지 갖췄다.
이 과정에서 첫 살인이 발생했다. 1993년 7월, 조직원들이 퇴근 후 홀로 걸어가던 은행원 최미자를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김기환은 “사람 죽이는 시범을 보여 준다”며 피해자의 목을 졸라 직접 살해했다. 또 증거를 인멸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조직원들이 교대로 구덩이를 파도록 지시해 시신을 암매장했다. ‘살인 연습’을 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죄책감을 느껴 조직에서 탈주를 시도한 최연소 조직원 송봉우가 두 번째 타깃이 됐다.
김기환은 송봉우를 ‘용서해 주겠다’며 구슬린 후 ‘단합대회 하러 가자’며 야산으로 유인해 조직원들과 무참히 때려 죽였다.
1994년 9월, 본격적인 범행에 나선 이들은 범행 대상을 부유층으로 지정하기 위해 모 백화점 고액 거래자 명단을 구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벤츠나 그랜저 등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목표로 삼았다.
8일 새벽, 지존파는 악사 이모씨와 이선영양(27·가명)이 타고 있던 그랜저를 가로막았다. 그랜저를 타긴 했지만 이들이 돈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이모 씨는 무참히 살해했다. 이양도 살해하려 했으나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는 애원에 지하감옥에 가뒀다.
13일 오후, 경기 성남 남서울공원 묘지 근처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발견하고 차의 주인인 중소기업 사장 소씨 부부를 납치했다.
소씨에게 몸값 1억을 요구했고 이중 8000만원을 건네받았으나 소씨 역시 살해됐다. 앞서 살려둔 이양을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직접 소씨에게 공기총을 쏘도록 강요했다. 소씨 아내 또한 살해했다.
지존파는 숨진 소씨 시신을 훼손했다. 김현양은 “담력을 키워야 한다”며 시신 일부를 먹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당은 소씨 부부의 시신을 지하실에 만들어 놓은 소각장에 넣고 태워버렸다. 시체 타는 냄새와 연기를 위장하기 위해 마당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김현양은 소씨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무기로 갖고 있던 다이너마이트를 만지다 실수로 손과 발에 상처를 입었다. 이에 김현양은 평소 좋아하던 이양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김현양은 자신이 치료받는 동안 휴대전화와 돈 50만원을 이양에게 맡겼다. 이양은 이 틈을 타 영광에서 대전, 대전에서 서울로 택시를 갈아 타며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했고 16일 새벽 서울 서초 경찰서에 이들의 범행을 신고했다. 이후 19일 일망타진 된 것이다.
1994년 10월 31일 지존파 일당 전원은 강도살인, 사체유기, 사체손괴, 인육섭취,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죄, 특수강간 등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단 가담 이틀 만에 체포된 이경숙은 사형에서 제외됐다. 이경숙은 부두목 강동은이 식사 준비와 잡일 등을 시킬 여성 조직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체포 이틀 전 자신의 애인을 데려온 것이었다.
이들에 대한 사형집행은 1995년 11월 2일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