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묶였던 테슬라 팔아 하락장에 베팅 중

by김인경 기자
2023.06.13 00:01:53

테슬라 11거래일 상승하며 240달러 회복
서학개미, 6월에만 테슬라 5억7475만달러 차익 실현
대신 나스닥 하락 3배 추종 ETF 집중 투자
기상 이변 전망 속 천연가스 ETF도 장바구니 ''쏙''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테슬라가 11거래일 연속 강세를 달리며 240달러를 돌파하자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재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섰다. 테슬라를 판 서학개미는 나스닥의 하락세와 함께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탈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1~9일) 들어 서학개미는 테슬라의 주식을 총 6억1561만6723달러(7937억원) 매도했다. 서학개미가 이 기간 사들인 테슬라의 주식은 4087만달러(527억원)에 불과해 5억7475만달러(741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난 8일 기준 예탁원이 보관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은 134억9300만달러(17조4000억원)에 이른다. 2위 애플(50억4589만달러·6조5050억원)의 2배 이상으로 테슬라는 서학개미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중국의 부진한 실적 등으로 주가는 연말 기준 123달러(15만9000원)까지 내려왔고, 이에 서학개미의 수익률도 급격히 추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머스크 CEO가 중국에서 사업 확장을 논의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고 테슬라 주요 차종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규정한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가세했다. 또 제너럴모터스(GM)가 테슬라 충전시설 ‘슈퍼차저’를 함께 쓰기로 합의하며 ‘테슬라 생태계’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82.90달러(23만6000원)에서 9일 244.40달러(31만5000원)가 됐다. 시가총액 역시 7746억달러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주가가 급등한 만큼, 차익을 실현해 다른 종목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학개미는 나스닥의 하락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이달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ETF(PROSHARES ULTRAPRO SHORT QQQ ETF)’다. 나스닥100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이 ETF를 서학개미가 6월 들어서만 4271만7014달러(550억7000만원) 어치 사들였다. 나스닥이 급등한 만큼 하락세에 베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2위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PROSHARES ULTRA BLOOMBERG NATURAL GAS ETF)’다. 이 ETF는 블룸버그 천연가스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인데, 지난 5월에는 순매수 상위 5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종목이다. 하지만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들이 나오는데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슈퍼 엘니뇨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등 이상기후에 대한 전망이 강한 상황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간 천연가스 가격이 9% 상승했는데 이는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고온 예보가 확산하면서 전력 생산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 가운데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 추정치는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장기채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3X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ETF)’, ‘리얼티인컴’ 등도 서학개미의 러브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