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4일` 내귀에 도청장치 방송사고..MBC 최악의 빌런[그해 오늘]

by전재욱 기자
2022.08.04 00:03:00

1988년 8월4일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에 침입해
마이크 빼앗아 `귀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습니다`
MBC만 단골로 찾아서 방송 난입..대학가 알몸등장 기행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네 가족이 TV로 뉴스를 보다 말고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귓속에 도청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 귓속에 도청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1988년 8월4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와중에 일어난 방송사고 장면.(사진=MBC)
드라마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그해 8월4일 일어난 방송 사고다.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생방송 스튜디오에 난입한 A씨가 강성구 앵커의 마이크를 빼앗고 별안간 이렇게 외친 것이다. 부리나케 뛰어든 진행요원에게 이끌려 화면 밖으로 나가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이튿날 신문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당시까지만 해도 사상 최악의 방송사고로 기록됐다.

A씨 귀에는 실제로 도청장치가 없었다. 그는 당시 고막을 다쳐 치료를 받는 와중에 이명을 겪었다. 치료해도 차도가 없자 병원에서 자기 귀에 도청장치를 달았다는 망상에 빠졌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오른쪽 귀에 도청장치가 있어 진동음으로 평소 고통이 심한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방송국에 호소하러 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내귀에 도청장치’ 방송사고는 신문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역대 최악의 방송사고로 기록된다. 당시 소식을 실은 한겨레 신문 보도.(사진=네이버 라이브러리 캡쳐)
방송사고는 예고된 순서였다. A씨는 그해 7월 18일 `주부가요열창` 녹화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30일 생방송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무대에 올라 소리를 질러 진행을 방해했다. 두 차례 예행을 거쳐 8월4일 거사를 일으킨 것이다.

이후에도 A씨는 MBC에 빌런 같은 존재였다. 희대의 방송사고가 일어난 이듬해 1989년 A씨는 다시 MBC 방송에 뛰어들었다. 12월2일 명동 제일백화점 앞에서 진행된 MBC `여론광장` 생방송에서 아나운서 마이크를 빼앗으려다가 저지당하는 장면이 또 방송 전파를 탔다. 화들짝 놀란 카메라가 앵글을 바꿨지만 피하지 못했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9년 9월 서울대에서 학생과 경찰이 대치하는 와중에 그가 알몸으로 등장했다. 양말과 구두를 제외하고 모두 벗은 채였다. 거기서도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 행인 시선이 A씨에게 쏠리자 데모의 이목을 끌지 못한 시위가 그쳤다고 한다. 1991년 3월은 연세대학교 도서관 앞에 다시 알몸으로 등장해 같은 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