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리오프닝 ‘째깍째깍’…복잡해지는 엔터사간 투자 동맹

by김성훈 기자
2022.03.15 03:30:00

BTS 서울 콘서드 전 세계 246만명 관람
리오프닝 기대감에 엔터사 투자도 꿈틀
카카오엔터, 에스엠 인수협상 공격 행보
네이버·하이브·YG vs 카카오·SM·JYP 동맹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국내 엔터사(社)들의 투자가 꿈틀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리오프닝 시즌에 맞춰 엔터 업계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한 팬덤 플랫폼과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엔터사간 전략적 동맹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035420)를 축으로 한 하이브(352820)·YG엔터(122870) 진영과 카카오(035720)를 축으로 한 에스엠(041510)·JYP Ent.(035900) 동맹이 현실화할지도 관심사다.

14일 하이브에 따르면 지난 10일과 12~13일 3일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공연은 총 4만 5000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본 공연과 동시에 진행한 온라인 스트리밍과 영화관 관객(라이브 뷰잉) 숫자를 더하면 전 세계 약 246만여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2019년 10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열린 국내 대규모 공연을 통해 리오프닝 기대감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 엔터)가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보유 지분 18.72%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당초 업계에서는 CJ ENM(035760)이 에스엠 지분을 인수할 유력 후보자로 점치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세부 조항을 놓고 협상이 길어졌고 카카오 엔터 측에서 꾸준히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카오 엔터 측 제안을 이 총괄프로듀서가 수용할 것인지를 두고 막판 검토를 진행 중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스엠은 당초 지분 매각 논의를 정해진 기간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을 맞춰보고 만족스러우면 팔고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취지다. 매각 협상이 예상과 달리 해를 넘기며 길어진 이유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협상 장기화가 뜻밖의 변수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전년 대비 껑충 뛴 실적이 공개됐고 리오프닝 기대감이 영글면서 몸값이 더 뛰는 결과를 가져와서다. 에스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7015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4% 급증한 685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점치는 에스엠 지분 매각 규모가 지난해 연말 7000억원 수준에서 이달 현재 1조원 가까이 뛴 상태다.

지난해 이맘때쯤 매각 카드를 맞추다 협상에서 빠졌던 카카오 엔터가 다시 테이블에 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 엔터 입장에서 확실한 추진 동력 확보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안테나 뮤직 등 복수의 M&A를 일궈냈지만 안정적 상장을 위해 ‘파괴력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 엔터 입장에서는 에스엠 인수로 노릴 수 있는 다채로운 전략을 따져볼 때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에 의견이 힘이 실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에스엠 자회사인 디어유(376300) 등이 대표적이다.

디어유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이 1대1로 메세지를 주고받는 메신저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단순 메시지 서비스를 넘어 가상현실 속에서 아티스트와 교류할 수 있는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팬덤 공간을 마련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6월 JYP가 디어유 지분 23.3%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향후 치열해질 엔터 업계 간 차기 플랫폼 경쟁 국면에서 에스엠과 JYP를 ‘전략적 동맹 관계’로 흡수할 수 있다.

이미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의 K팝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 ‘V-LIVE(브이라이브)’ 통합 과정에 YG엔터(122870)가 가세한 상황에서 ‘네이버-하이브-YG’와 ‘카카오-SM-JYP’ 두 축의 양강 구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만 이러한 구도가 큰 틀에서의 전략적 동맹일 뿐 적대적 관계는 의미하지 않는다”며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추진하는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하이브와 JYP, YG엔터 등이 나란히 투자를 집행하며 포트폴리오(투자 매물) 구축에 한창이다”고 말했다.

에스엠 유력 인수자로 꼽히던 CJ ENM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변수다. 에스엠 인수로 리오프닝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높지 않은 확률이지만 판을 뒤흔들 베팅에 나설지, 이대로 포기 수순으로 갈지도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