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외국인 매도 멈췄다"…'자율반등' 코스피엔 과대낙폭株

by고준혁 기자
2021.08.24 00:30:00

23일 코스피 0.97%↑…최근 최고가 4일 이후 하락세서 반전 기대
일평균 1조원 팔던 외국인 285억원 매도…환율, 1180원 앞에서 하락
"통상 속락 이후 반등서 주도권, 낙폭 과대순으로 결정"
신흥국 대표 中도 반등했지만, "기술적 접근" 선긋기 등 ''경계론''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이달 초 이후 치솟던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순매도세가 잦아들며, 연초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던 코스피가 다시 3100선에 근접하며 진정되는 모양새다. 이번 하락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단기적인 관점에선 그간 가장 많이 하락했던 과대낙폭주를 사들이는 방안이 추천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0.97% 상승해 3090.21로 마감했다. 앞서 지난 4일 종가 기준 가장 최근 최고가인 3280.39를 기록한 뒤 지난주까지 줄곧 하향 흐름을 보였다. 이 기간 0.50% 상승한 18일을 제외하면 10거래일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이날 반등은 18일과는 달리 하락이 멈추는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이번 하락의 주된 이유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었는데, 둘 다 반전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85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지난 9~20일 평균 9168억원을 순매도한 데 비하면 사실상 매도 국면이 끝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관은 이날 6098억원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이끌었는데, 이는 외국인 수급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지수 선물 1987억원을 순매수해 기관투자자 주체 중 하나인 금융투자가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매수차익거래를 활성화 시켰기 때문이다. 금융투자는 이날 현물 4566억원을 사들여 기관 순매수에 큰 부분 일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90원(0.50%) 하락한 1173.7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 9~20일 1142.1원에서 1179.6원으로 37.5원이나 상승한 바 있다.
(출처=한국거래소)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 코스피 하락이 멈출 것이란 점은 이미 관측돼왔다. 기술적으로 환율은 1180원선, 코스피는 20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를 받는 3000포인트대 이하로는 하락할 확률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외국인 수급은 환율이 하락으로 돌아서면 따라서 바뀔 걸로 예측됐다.

내용 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수요를 둔화시키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빠른 테이퍼링을 요청한 의견을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중국 본토 코로나 일일 신규환자가 0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게 된 주된 원인인 테이퍼링 시행과 델타 바이러스 확산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더는 하락하기 어려운 코스피가 이날 반등한 만큼, 추가 상승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간 하락이 가팔랐던 만큼, 이번 주 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해당 국면의 성격이 기술적 반등인 만큼, 하락기 가장 많이 내린 종목을 매수하는 방안이 추천된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전 주말 테이퍼링의 필요성에 대해서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카플란 총재가 델타변이 우려로 의견 변경을 시사한 가운데, 이번 주 주식시장은 다른 요인보단 낙폭과대 종목을 중심으로 자율반등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시장 속락 이후 반등 과정에서의 투자 대안별 주도권이 통상 낙폭 과대순으로 결정됐던 그간의 경험칙을 따를 경우 통계적 낙폭 과대 실적주는 현 시점서 고려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전망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스피에선 현대오토에버(307950), 휠라홀딩스(081660), 효성티앤씨(298020), 현대위아(011210), 삼성전기(009150) 등이 코스닥에선 에스제이그룹(306040), 원익QnC(074600), 코스맥스엔비티(222040), 성광벤드(014620), 인터로조(119610) 등이 최근 하락폭이 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은 3개월 전부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면서도 1개월 전 기준으론 조사 대상 종목의 평균 (5.54%)을 상회한 곳 중에서 선별됐다. 하락 폭의 기준은 지난 4~20일 코스피 하락 기간 때 지수 하락률(-5.46%)보다 약 2배 더 내린 것으로 했다.

하지만 과대낙폭주 매수 전략은 단기간에서만 추천된다. 시장이 과도한 하락에 합리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지속적인 상승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다. 장애물도 그대로다. 올해 안에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9월이 될지 11월이 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델타 바이러스의 경제적인 여파에서 차이가 나는 등 두 지역 간 성장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의 당국 규제 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 관련 투자자들의 시각이 부정적이면 국내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좋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중국 상해지수와 홍콩H지수는 각각 1.45%, 0.72% 상승 마감했지만, 경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김경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중국 본토 소비재와 홍콩 빅테크, 소비주(항생테크) 반등 양상을 볼 때 저평가 관점의 기술적인 접근이지 ‘과도한 정책 공포’ 해소 측면으로 보기에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중국 본토에서 홍콩 주식을 사는 강구퉁 움직임이 확인되기 전에는 항상테크와 빅테크의 공격적인 비중 확대를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초 시장은 카플란 총재 발언을 소화할 전망이고, 주 후반 예정된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나올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서기엔 이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델타 변이 확산, 미국 경제지표, 한은 금통위 등 다양한 변수의 결과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으로, 우선 결과를 보고 난 뒤 대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당장은 적극적인 행동보단 전략을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