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나'… 투자의견 낮추는 종목 속속 등장

by권효중 기자
2021.05.20 00:10:00

이달 들어 총 12곳 증권사 보고서 투자의견 낮춰
1분기 실적 우려 외에도 오버슈팅, 대외 변수 등 고려
"연초 대비 5월 조정장 맞아 시장과의 괴리 줄여가는 과정"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 돌파에 이어 3200선까지 크게 오른 이후 조정장을 겪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최근 단기간 주가가 크게 오른 데에 따른 ‘오버슈팅’ 우려에 따라 투자의견을 하향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도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판단에 투자의견 하향 조정을 결정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가 82개, 상향 조정한 보고서가 91개 각각 발간됐다. 하향 조정의 비중이 상향 조정의 약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인해 횡보했던 5월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 17일까지 총 12개의 증권사 보고서가 특정 종목에 대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상향 조정은 21개에 달해 1분기 실적 발표와 맞춰 시장과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보고서도 많았지만,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들은 종목의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지점에 주목해 투자 의견을 조정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HMM(011200)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3.3% 높은 5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시장수익률(MarketPerform)’로 하향했다. HMM은 코로나19 이후 해상 운임의 호조에 따라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조193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였던 9650억원을 5%가량 상회한 수준으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및 목표주가가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올랐고, 비교군인 글로벌 선사들과 비교해도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투자의견을 하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MM은 올해 들어 주가가 4배 가까이 올라온 상태다. 이달 오름폭도 9.3%에 달하지만, 최근 4거래일간은 연속 하락, 18일에는 4만2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0일에는 신한금융투자가 한국항공우주(047810)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한국항공우주는 고마진인 기체 부품 매출의 부진으로 인해 지난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3% 감소한 84억원에 그쳤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체부품 사업의 부진으로 정량적인 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며 “투자의견은 향후 기체부품 사업의 회복, 수주 모멘텀의 가시화가 이뤄질 때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2월 이미 하이투자증권, 대신증권에서 투자의견을 하향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달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은 전기요금 동결, 연료비 연동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실적 가시성이 흐려진 한국전력(015760) 등의 투자의견을 낮춘 바 있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메리츠증권(008560), 메리츠금융지주(138040) 등 메리츠 3사가 배당 성향 축소를 예고하자 KB증권은 ‘중립’에서 ‘매도’로까지 투자의견을 하향하기도 했다. 이어 한화생명(088350)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지나치게 빠르게 반영됐다는 판단에 투자의견이 낮아졌다. 최근 주가의 동향뿐만이 아니라 실적 가시성, 주주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의견 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증권가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의견 조정에 나선 것은 시장의 속도와 발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반적인 장세라면 투자의견 하향은 곧 ‘매도’의 의견으로 읽힐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상반기까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며 투자의견, 목표주가 등을 높게 잡은 경우가 많아 조정장을 맞아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뿐만이 아니라 이달 들어서는 공매도 재개, 인플레이션 우려 등 투자심리에도 압박이 커졌고 그만큼 리서치센터 차원의 대응과 맞춰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