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9만가구에 매년 여름 전기요금 1만원 할인…"요금체계 손봐야"

by이진철 기자
2019.07.01 00:00:00

한전 ''누진제 개편안'' 월평균 1만원 전기요금 할인
韓에너지 이용효율 OECD 최하위권.. 에너지 낭비국 오명
전기요금 원가연동제 등 정상화 필요

6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김형욱 기자] 7월부터 매년 여름철 7~8월 두 달간 전국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원 안팎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한국전력공사 이사회는 ‘매년 여름(7~8월) 상시적인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을 골자로 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을 의결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인하로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와 ‘요금인하→실적악화→주가하락’에 반발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관건이다.

전력업계에서는 에너지 이용효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에너지 낭비국’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현재의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전기가격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8일 한전 임시 이사회에서 통과한 여름철에 한해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은 누진제 3단계는 유지하되 가장 싼 요금과 중간 요금이 적용되는 구간을 늘려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3단계 3배수다. 한전은 소비자에게 1㎾h당 △월 200㎾h 이하의 1단계 93.3원 △월 201~400㎾h의 2단계는 187.9원 △월 401㎾h 이상의 3단계 280.6원의 요금을 각각 부과한다. 이번 개편으로 기준이 1단계 300㎾h 이하, 2단계 301~450㎾h, 3단계 451㎾h 이상으로 7~8월에만 50~100㎾h 높였다.

한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전기요금 평균은 월 4만1000원이었다. 이번 개편으로 지난해 7~8월 사용량 기준 1629만가구가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142원씩, 15.8% 할인받는다. 8월 423㎾h의 전기를 쓴 가구는 이전엔 11만8694원을 내야 했으나 올해는 7만8492원만 내면 된다. 반대로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한전이 1일 공시를 통해 요금체제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다. 정부는 전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누진구간 확대를 7월부터 시행한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개편으로 2800억원(2018년 사용량 기준) 가량의 요금할인액을 부담하게 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할인액은 한전이 상당부분 부담하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20% 안팎을 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누진제 확대 개편은 지난해처럼 일회성으로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약관을 변경해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전의 경영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2016년 연간 당기순이익 7조원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거꾸로 당기순손실 1조원대를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도 6299억원 영업적자를 내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전은 재정지원을 통한 1회성 보전방안 외에 전기요금제 개편을 통한 손실 보전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가능성이 있는 손실 보전책으로는 그간 한전이 주장해온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가 꼽힌다.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는 전기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소비자에게는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전력경제 리뷰 제12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전기료가 에너지 비효율, 전기 과소비를 유발하고 있다며 원가 반영이 제대로 안되는 ‘가격 시그널’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달러 기준 에너지원단위(TOE/1000달러)는 0.159에 달해 OECD 35개국 중 33번째로 높았다. 에너지원단위는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소비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전력 사용 유도를 위해 1996년부터 석탄, 가스의 연료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은 신재생발전 확대, 에너지전환에 따라 증가한 정책 이행비용을 소매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한전·정부가 2020~2022년까지 모든 주택에 스마트미터기를 보급하면 에너지 절약과 사용 편의성, 저소득층 보호란 목적을 살린 혁신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이사들이 6월21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