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협박 왜?..불법체류 1212만명 중 절반이 멕시코인

by신정은 기자
2019.06.03 00:00:00

美 불법 체류자 1212만명..절반 이상이 멕시코인
트럼프 反이민정책에도 멕시코 이민자 늘어나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길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걸까.

미국 국토안보부가 201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불법 이민자의 숫자는 1212만명에 달한다. 이 중 멕시코인은 664만명으로 절반 이상인 55%에 달했다. 미국 인구는 약 3억3000만명이다. 다른 국적의 불법 이민자는 엘살바도르가 6%, 콰테말라 5%, 인도가 4% 등이며 한국도 2%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불법 이민자 수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AP통신 등이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추정치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멕시코와 인접한 미 남서부의 국경에서 체포되거나 입국이 거부된 이민자는 10만3000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달인 2월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중미에서 온 가족 단위 이민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이민자 ‘가족 격리수용’ 정책이 반대 여론과 법원의 결정으로 폐지된 뒤 가족들이 집단을 이뤄 함께 국경을 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불법으로 미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인원은 9만2000여명이었는데 이 중 67%가 가족 단위 이민자 또는 어린이였다.

보통 이민자의 수는 매년 5월경 정점을 찍기 때문에 지난달에는 더 많은 이민자가 국경을 넘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반(反)이민 정책을 강력히 펼쳐왔다. 공략 중 하나로 멕시코 국경지역에 장벽 설치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3년째에 접어드는 올해까지 그 성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자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거센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멕시코 관세 조치에 대해 의회는 물론 행정부, 기업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합사회조사(GSS)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설문 조사 결과 이민자 수가 줄어들기 바라는 미국민은 34%로 2016년 조사(41%)때 보다 크게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경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내달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가 자국을 통해 미국으로 흘러오는 불법 이민자 유입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멕시코 정부가 강력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1일부터 10%, 8월 1일부터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엄포했다.

미국 불법 체류자의 국적별 인구수 추정치. 자료=국토안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