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의료·게임규제 풀고 최저임금·근로시간 수정”(종합)

by최훈길 기자
2018.12.05 00:00:01

경제부총리 후보 12시간 청문회, 5일 보고서 채택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도입, 서비스법 강력 추진”
“상속세 완화, 거래세 인하, 자영업·건설 대책 추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전방위적인 경제활력 제고가 필요하다”며 “서비스 산업 활성화가 최대 역점 (정책)”이라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조진영 기자]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고, 소득주도성장은 보완하고, 공정경제는 지속적으로 하겠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향후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이 경제활성화 쪽으로 정책 수정에 나설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수정하고 의료·게임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수정·보완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경제 정책으로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꼽혔다. 홍남기 후보자는 4일 청문회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어떤 경제정책이 수정되나’는 질문에 “최저임금,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같은 일부 정책이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서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며 “소득주도성장 과정에서 일부 시장 기대와 달랐던 부분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범위에서 (두 정책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답했다.

홍 후보자는 “내년 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정도로 완화하는 게 수용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6개월 완화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동일한 입장이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현재는 단위 기간이 3개월이다.

이렇게 정책 수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내년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6%, 무디스는 2.3%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3.1% 기록한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셈이다. 홍 후보자도 “내년에도 경제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홍 후보자는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우리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대비 투자 및 준비라는 4가지 정책 방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경제활력 제고, 체질개선·구조개혁을 1~2순위 과제로 꼽은 뒤 “혁신성장의 속도를 내는 게 시급하다”며 “규제혁파도 강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홍 후보자는 “규제를 돌파하겠다”면서 민감한 규제도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료 규제 완화, 게임 셧다운 제도 개선’ 여부를 묻자 “(부총리로 일하게 되면) 서비스 산업 활성화가 최대 역점”이라며 “관광, 의료, 게임, 콘텐츠 분야의 경우 현장에서 제기되는 규제(애로)를 우선적으로 걷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후보자는 의료 분야 규제혁파와 관련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기재부) 국장을 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냈다”며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법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 입법으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분야를 서비스산업에 포함할지를 놓고 의료 민영화 논란이 불거져,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에 홍 후보자는 “(이 법안과) 의료 민영화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우려가 있다면 보완 조항을 (만드는 게) 있더라도 빨리 통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법안에 보건·의료를 제외할 필요가 있나’라고 묻자 “(제외할 필요가) 없어도 된다”며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이어 홍 후보자는 구조개혁과 관련해 “고용안정성을 촘촘히 다져나가고 그 토대 위에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 유연성 확대에 대해 “임금 구조개혁과 근로시간 유연성”이라고 설명한 뒤 “이제까지 연공서열의 (호봉제) 임금 체계였다면 앞으로는 직무급으로 가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는 매년 자동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호봉제를 수정·철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공공기관이 직무급 도입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혀, 공공기관부터 호봉제가 개편될 것임을 시사했다.

홍 후보자는 민주노총에 대해 “민노총이 노동자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민노총은 국가 전체적으로 노사정과 같이 협의하는 구조에서 대승적 관점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는 ‘강성노조가 큰 변화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노조에 의해 정책이 좌지우지 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업 관련 조세·지원 정책도 나올 전망이다. 홍 후보자는 업계가 요청하고 있는 상속세 완화에 대해 수용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홍 후보자는 “가업상속 제도는 조금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 지원도 예고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담도 있어 취약한 자영업자, 취약차주에 대해 정부 지원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건설 경기에 대해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홍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혁신성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컨셉을 잘 잡았다”고 평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홍 후보자가 청문회를 문제 없이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제정책이) 바뀌는 것 같으면서도 구체적 얘기를 하면 전혀 아니다”고 꼬집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 수정은 공약 후퇴”라고 비판했다.

국회 기재위는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께까지 12시간 동안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어 5일 오후 4시에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보고서가 채택되면 홍 후보자는 금주 중에 임명돼 취임할 전망이다. 만약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면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요청하게 된다. 이 기간이 경과하면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늦어도 내주까지는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임명되는 셈이다.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발언을 종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