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거품 낀 부동산, 가격 하락은 시간 문제
by오희나 기자
2018.09.12 04: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2014년말부터 수도권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계기는 그 해 9월1일 발표된 정부의 경기대책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1년 반동안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던 경제가 힘을 잃자 정부가 부동산을 활용한 상황 타개에 나섰다. 기준 금리를 1.25%까지 내리고 정부가 직접 부동산 매입을 독려했는데 이를 계기로 지방에 머물고 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울로 옮겨 왔다.
부동산 시장도 정책이 먹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정책이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 국내·외 모두에서 잉여 자금이 늘어났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이 돈이 은행에 머물러 있었지만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서 자산시장으로 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유럽은 2015년에, 미국은 2017년에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를 넘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다. 부동산은 경기와 금리, 소득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 핵심 요인 모두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 위축으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해졌다. 과거 예를 보면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최소 8개월은 방향이 바뀌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올해 내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장기 흐름도 비슷하다. 우리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진 만큼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3%대 중반의 성장을 보기 힘들다.
가계 소득은 더하다. 2011년 이후 우리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률이 1%도 되지 않았다. 지금 소득이 나빠도 미래에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면 부동산이 움직일 수 있을 텐데 기대하기 힘들다. 몇 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던 소득이 갑자기 늘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덩치가 큰 자산이다. 상승을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한데 채워진 게 별로 없다.
경기 둔화와 저조한 소득 증가 속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었던 건 저금리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계속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시장의 전망대로라면 연말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2.5%가 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3%에 도달할 수도 있다. 마침내 미국 금리가 정상 수준이 되는 건데 자산 시장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10년동안 계속돼 온 관성 때문에 아직도 저금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지 않지만 어떤 지점을 넘으면 생각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
사람들은 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때보다 오를 때에 싸다고 느낀다. 가격을 액면 그대로 보지 않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넣어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3년전만 해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사이 서울 인구는 거의 늘지 않았다. 소득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요 초과 상태가 됐다. 가격이 오르면서 기대가 커졌고 그 기대가 수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가격은 기대가 꺾이면 사라진다. 오를 때 논리가 떨어질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1990년에 일본은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40개를 일본 기업이 차지할 정도였다. 1~10등까지도 모두 일본 기업이었다. 지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도 경험해보지 못한 성과였다. 그런 일본도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금 우리도 인구 구조가 변하는 초입에 서있다. 이번이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라는 전통 논리가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 국면을 지나면 ‘인구가 줄어드는데 과연 부동산 가격이 안전할까?’라는 논리가 등장할 수 있다.
가격은 시장이 만들다. 그리고 가격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그만큼 가격이 높아지는 게 무섭다는 얘기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높은가? 사람에 따라 다양한 대답이 나오겠지만 낮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