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40만대 생산·판매 포부' 쌍용차 평택공장 가보니

by김형욱 기자
2015.05.20 01:00:00

티볼리 시리즈 앞세워 내년 장밋빛 전망
깔끔해진 라인.. "노사화합으로 열세 극복"

[평택=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신화창조. 우리만이 할 수 있다.’ 19일 오전 쌍용자동차(003620) 평택 공장. 티볼리와 코란도C를 생산하는 조립1라인에는 곳곳엔 열의 넘치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라인마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서명도 담겼다. 구호는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직접 정했다.

이곳의 한 관계자는 “언젠가는 해외 조립공장을 포함해 연 40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1라인에서 한 작업자가 코란도C 실내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조립1라인에서 모든 공정을 마치고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티볼리. 쌍용차 제공
쌍용차는 전 모회사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경영권 포기와 노조의 파업으로 2009년 한때 연간 판매량이 3만4703대에 그쳤다. 영업적자도 무려 2934억원, 파산하지 않은 게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회복 분위기를 탔고 2011년 새 주인 마힌드라의 자금이 투입됐다. 2013년 14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도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침체 속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올해 나오는 티볼리 가솔린(1월)과 디젤 모델(7월), 내년 초 출시하는 티볼리 롱바디가 일정 수준 이상만 해준다면 내년(2016년)엔 역대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운도 따랐다.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SUV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플랜을 짰고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SUV가 대세가 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2010년 전후 극심한 침체를 겪던 유럽 시장에서 유독 SUV만이 강세를 보였고 곧 SUV의 인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며 “우리에게는 행운”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7년 렉스턴 후속(Y400), 2018년 이전 체어맨 부분 혹은 완전변경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어쨌든 매년 1대 이상의 완전 신모델이 나온다. 지금도 여러 모델을 놓고 출시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여기에 러시아 등 신흥 시장만 회복한다면 현 최대 생산능력인 25만대 풀가동도 단순히 꿈만은 아니다.

북미 데뷔와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러시아 등지의 현지 조립공장 설립을 더해 40만대까지 생산·판매능력을 키우겠다는 게 쌍용차의 중·장기 비전이다. 성사된다면 신화창조란 구호도 더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티볼리·코란도C를 혼류 생산하는 조립1라인 현황판의 숫자가 54에서 55로 막 바뀌었다. 오늘 생산한 차량을 뜻한다.

이곳은 주·야간 2교대로 한 시간에 19대, 연 8만700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가동률도 82%로 공장 전체 평균(58%)를 훨씬 웃돈다. 1월 출시한 티볼리가 국내외에서 예상 이상으로 선전한 덕분이다.

티볼리의 성공은 가뭄 속의 단비였다. 1월 국내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1만1457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내수 최다 판매차종이 됐다. 3월부터 시작한 수출물량도 두 달 새 4116대가 됐다. 이 추세라면 1~2개월 내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베스트셀링카가 된다.

쌍용차는 지난해 말 수출의 40% 비중을 차지하던 러시아 시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루블화까지 폭락하며 팔아도 손해 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티볼리가 없었다면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올 뻔했다.

이곳은 내년부터 티볼리 가솔린과 디젤, 롱바디에 코란도C까지 총 4대의 모델이 혼류 생산한다. 김옥준 쌍용차 차체1팀장 “이곳은 시간당 최대 25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비 조정을 마치면 지금의 1.5배인 시간당 28대까지도 가능하다. 하광용 쌍용차 생산·품질 총괄본부장(전무)는 “이미 시간당 28대까지 생산할 설비능력은 갖췄다”고 부연했다.

올 1월 쌍용 티볼리 출시행사 모습.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조립1라인에 배치된 로봇이 티볼리 차체를 용접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평택공장 조립1라인은 무척이나 깔끔해졌다. 5년 전 2009년 77일동안 이어졌던 공장 점거 파업 직후 때 봤던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

차체 라인에선 150대의 로봇이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용접 과정에서 불꽃이 튀었다. 활기 차다고 할 순 없다. 조립1라인 차체 라인에서 실제 일하는 직원은 19명이다. 91명 중 대부분은 주·야간 교대인원이거나 검사 파트에서 일한다.

2011년 이후 연 2000억~3000억원을 공장 설비 개선에 투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쌍용차의 연매출이 3조~4조원 규모라는 걸 고려하면 매출대비 투자규모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자동화 수준이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국내 다른 자동차 회사 공장과 비교해 라인은 복잡했고 무인 카트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당 생산대수(UPH)만 비교해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국내 공장은 통상 40~50대인 반면 쌍용차는 현재 19대, 최대로도 28대이다. 현대차 미국 공장은 무려 73대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곳은 1979년 준공 이후 무려 37년이 지났다. 최근 짓는 신공장보다 실내가 좁아 새 설비를 들여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 자동화를 이루기는 했으나 구조적인 한계는 있다.

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 새로 지은 공장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비용 면에서도 차라리 새로 짓는 게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에게 약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사관계가 좋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2009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던 쌍용차는 역설적으로 노사화합, 상생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현 노조는 2009년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 후 단 한 번의 파업도 하지 않았다.

하광용 전무는 “유일한 자산은 우리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줄곧 직원을 ‘가족’이라고 불렀다. 현재 쌍용차 가족은 사무직 1691명, 기술직 3170명을 더한 4861명이다.

무파업뿐 아니다. 전체적인 생산 효율도 미흡한 자동화를 벌충할 정도로 높다. 노조가 라인 간 전환배치에 전향적인 덕분이다.

자동차 회사는 상대적으로 덜 바쁜 라인의 인력을 더 바쁜 라인에 투입하기를 희망한다. 언제 어떤 차의 수요가 몰릴지 100%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기 전환배치는 공장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여 준다.

말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자동차 공장의 전환배치 결정은 노사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대개 노사갈등이 뒤따른다.

쌍용차도 물론 전환배치 때 협의를 거치지만 노조가 비교적 적극적이라는 게 경쟁사와 다르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10월 티볼리 생산을 시작하면서 티볼리를 생산하는 조립1라인의 인원을 가동률이 떨어지는 2·3라인에서 확충했다.

아직 노사 협의 단계는 아니지만 올 6월 이후 티볼리 디젤이나 티볼리 롱바디 수요가 늘면 또다시 희망자에 한해 전환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 다른 회사라면 시도 자체가 쉽지 않다.

물론 사측이 근로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 전무는 “노조가 회사 정상화에 협조적이라고 해서 급여·복지를 등한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사 대비 조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가 지급할 수 있는 여력 내에서 최대한 급여·복지를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