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대학"
by박보희 기자
2014.07.07 05:00:00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인터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으로 성공회 교육 주목
"성공회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야..다양한 목소리 가능한 열린 대학 이룰 것"
|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성공회대를 ‘열린 다양성의 대학’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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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열린 다양성의 대학’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진보이기 이전에 진보를 배양할 수 있는 열림을 기초로 하는, 학내에 다양성이 공존하는 대학이라는 의미죠.”
이정구(60) 성공회대 총장은 성공회대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6.4선거 이후 성공회대는 새삼 주목을 받았다. 서울과 경기도의 교육감을 동시에 배출해 낸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초대 성공회대 총장을 지냈다.
성공회대는 100년전인 1914년 성미가엘신학원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신사참배를 거부해 문을 닫아야 했고, 6·25전쟁 때는 원장과 교수가 납북돼 순교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사제 양성 학교에서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변모한 것은 20여년 전. 이 경기교육감이 초대 총장으로 취임해 신영복, 김수행, 한홍구 등 진보적 성향이 짙은 이들로 교수진을 꾸리면서 진
보진영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교수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것이 학교의 특징이죠. 특별히 남다른 수업을 한다기보다 학생들이 교수들이 직접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성공회 교육의 남다른 점은 수업에서도 나타난다. 인권과 평화, 사회봉사, 사회 참여가 활발한 유명 인사들을 강사로 초빙한 특강을 수시로 열어 학생들이 학교 밖 세상에도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어느 때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지금, 이 총장은 진보라는 이름에 갇혀 오히려 다른 목소리에는 귀를 닫아 온 것은 아닌지를 반성하고 있다. 그가 찾은 대안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 ‘다양성·열림·포용·중도’로 요약되는 초기 성공회 정신 바탕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열린 대학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보수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는 폐쇄적인 대학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합니다. 성공회 정신은 진보나 보수 어느 하나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질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중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에요.”
성공회대는 올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낮은 취업률 등의 문제로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됐다. 이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 방법에서 학교별 특질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대는 다른 종합대학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고,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어요. 교수들의 활발한 사회 참여, 또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미치는 영향 등 우리 학교의 고유한 특질은 정량 평가로는 점수를 매기기 힘들죠. 정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에요. 우리는 지역 사회 등대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큰 빌딩과 비교하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을 수 있지만 그 고유의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