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나원식 기자
2014.03.05 06:00:00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카드를 긁는다’는 표현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결제할 때 카드에 부착된 마그네틱 선을 단말기에 읽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금은 카드 결제 자체로 의미가 확대됐지만 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 역시 이 표현이 카드를 단말기에 넣고 실제로 ’긁는‘ 행위에서 나왔고 해석했다.
이 표현은 조만간 어휘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카드에 부착된 마그네틱 선이 해킹 등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이 카드에 집적회로(IC)를 삽입해 마그네틱 대신 IC칩을 쓰도록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카드를 ‘긁는’ 행위는 사라지는데 ‘말’만 남아 쓰이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정책에 따라 지난달부터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는 마그네틱(MS)현금카드를 쓸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의 다음 목표는 대형마트와 치킨집, 편의점 등에서 쓰이는 카드 단말기를 ‘IC카드’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카드는 IC칩을 부착해 보안성을 강화했는데 결제가 정작 마그네틱 선으로 이뤄지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완료’되기까지 남은 길이 험난하다. 우선 카드 단말기 교체 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말기 교체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사는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밴(VAN)사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밴사 역시 교체 비용 부담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긁는’ 습관을 바꾸는 것도 남은 과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C카드와 MS카드 겸용 단말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긁는 방식의 결제를 선호한다”며 “이 같은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단말기 제조사들이 마그네틱 선으로 결제해도 개인정보가 새지 않는 기술을 적용한 단말기를 내놓기도 했다. ‘보안 강화’라는 금융당국 정책과 방향성은 같지만 결제방식 전환이라는 방법론에서는 엇갈린 행보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명확한 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