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싶은 대형 건설株, 잇단 악재로 `휘청`

by박형수 기자
2012.06.06 09:20:00

국제유가 하락으로 화공플랜트 발주 감소 우려
4대강 사업 담합 과징금도 부담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 주가가 잇단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 속에 해외 프로젝트 발주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여기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입찰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받으면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건설(006360)은 지난 3월27일 장중 11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두달여 만에 3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000210)도 20% 이상 하락했다. 현대건설(000720)도 25% 이상 내렸다.

코스피 지수가 12% 하락한 것을 고려해도 국내 대형 건설사 하락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락 여파가 국내 건설업종에 특히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광숙 삼성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발주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사 주가는 상대적으로 유가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유가가 전례 없이 빠르고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OPEC의 원유생산 가동률이 96%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감산을 통해 유가를 부양할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감산으로 석유 플랜트 발주가 연기되면 국내 건설사들 수주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발주 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외 프로젝트 발주까지 줄어들면 대형 건설사 실적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건설주 주가가 이미 많이 내린 상태지만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4대강 사업 담합으로 막대한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 과징금까지 내고 나면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선 과도한 하락으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실적기준 대형건설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 수준"이라며 "이는 해외 저가 수주 우려 및 국내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주목받았던 지난 2010년 5월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점은 과도한 우려보다 긴 흐름에서 건설업종 투자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산유국의 화공 플랜트 지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역사적으로 중동이 가장 많은 발주를 내던 시기의 유가 수준은 배럴당 75~80달러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