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참을 수 없는 車의 가벼움` BMW 독일 공장을 가다

by오상용 기자
2012.03.20 06:00:00

미래 핵심소재 탄소섬유.."강철만큼 단단하지만 무게는 절반"

[뮌헨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독일 뮌헨의 3월은 햇볕 구경하기 힘들다. 봄 기운을 느끼기엔 찌푸린 하늘 아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차다. BMW의 란츠후트 공장을 찾은 지난 14일(현지시간)은 뮌헨 도착 나흘만에 해를 구경한 날이다. 봄볕 좋은 54번 고속도로를 타고 뮌헨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여를 내달리니 방패막이(Hut)의 땅(Land) 란츠후트(Landshut)가 나왔다.
 

▲ BMW 란츠후트 공장. 32만제곱미터 부지에서 3천명이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 = BMW


BMW 란츠후트 공장에는 직원 3000여명이 경량 엔진과 섀시부품, 내외부 플라스틱 부품, 교환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부품은 전 세계 거의 모든 BMW 차량과 엔진에 쓰인다.

여러 생산 유닛중에서도 기자의 눈길을 끈 곳은 `탄소 섬유강화 플라스틱(CFRP: Carbon Fibre-Reinforced Plastic)`을 만드는 생산라인이다. 소비자의 자동차 선택에 있어 고연비가 핵심 고려 요소가 되면서 차체 경량화 기술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의 숙제가 됐다. BMW는 란츠후트 공장에서 생산하는 CFRP가 BMW에 날개를 달아줄 첨단 무기라고 소개했다.

▲ 탄소 섬유강화 플라스틱의 핵심재료인 탄소섬유 실타래. 사진제공 = BMW




안드레아 라인하르트(Andreas Reinhardt) CFRP 생산공장 매니저는 "CFRP를 통해 BMW는 한결 단단하고 가벼워져 연료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CFRP는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크기(지름 0.007mm)의 미세 탄소 필라멘트 5만개를 한 가닥으로 엮은 탄소 실을 가성수지로 접착해서 만든다. 탄소섬유의 배열 방향과 첨가하는 수지의 종류, 공정에서 가해지는 열과 압력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란츠후트 공장은 10년에 걸쳐 다양한 조합을 연구한 결과, 강철과 동일한 강도를 지니면서 무게는 강철의 절반인 CFRP를 만들어냈다. 라인하르트 매니저는 "내식성까지 갖추고 있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이끌 첨단 소재"라고 설명했다.

▲ M시리즈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루프가 하루 70개씩 생산되고 있다.


현재 BMW는 란츠후트 공장의 CFRP 생산 자동화에 성공해 전기차 모델인 i3 및 i8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부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미 M시리즈에는 CFRP 재질의 루프가 적용되고 있다. 하루 생산되는 CFRP 재질의 루프는 70장이다. 라인하르트 매니저는 "특정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에는 유연하고 역방향의 외부 충격엔 단단한 CFRP의 특성상 향후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 쓰임새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CFRP 생산공장을 나와 기자가 찾은 곳은 1300명이 일하는 경금속 주조소다. 란츠후트 공장에서 가장 큰 생산기지다. 연간 390만개에 달하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캐스트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 해 총 생산량만 해도 5만8000톤에 달한다. 경금속 주조소 옆에는 사형주조기술역량센터(SCTCC)가 자리한다. 이 센터는 제품조형과 소형차량을 위한 고도로 전문화된 주조소다.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 대회에 출전하는 BMW M3 DTM용 V8엔진에 들어가는 실린드헤드와 크랭크케이스가 바로 여기서 제작된다.
 
▲ 란츠후트 공장의 엔진부품 주조 공정의 일부다. 사진제공=BMW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DTM 경주 동안 차량 엔진은 약 1만1000rpm과 최대 2000도의 연소 온도를 견뎌야 한다. 그런만큼 M3 DTM용 V8엔진에는 BMW의 기술이 총 망라돼 있다. BMW측은 "기존 V8엔진의 크랭크케이스는 45kg의 무게가 나가지만 DTM 차량에 탑재되는 V8엔진은 경량화 기술을 통해 무게를 20kg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