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CEO]황희승 그루폰코리아 대표 "장수기업 꿈꾼다"

by이유미 기자
2012.02.27 09:12:13

실패에서 배워라, 트렌드를 읽어라, 멀리보고 가라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7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신화를 꿈꾸는 청년 창업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꺾일줄 모르는 패기로 무장한 2030 CEO들은 그 존재감만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 실업의 고통과 99%의 상실감으로 가득찬 시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2030 CEO들의 경영철학과 성공스토리를 통해 희망의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
 
어렸을적 누구나 한번쯤은 유명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에 순응하고 산다.

 
그러나 `그루폰코리아`의 황희승 대표는 어린시절 꿈을 가꿔가고 있다. 그가 20대의 나이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것은 `유명인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케인즈이론이나 멜서스이론처럼 `황희승이론`을 만들어 유명해지고 싶었다"며 "그래서 경제학 논문을 쓰게 됐고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중 한국에 와서 회사를 차렸다. `사회 문화가 소비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실제로 경험하고 자료를 모아보겠다며 사업에 뛰어든 것.
  
 
황 대표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29세. 아직 20대다. 하지만 그에게 그루폰코리아는 벌써 다섯번째 회사다. 그는 그루폰코리아의 CEO가 되기 전, 이미 두번의 성공과 두번의 실패를 맛봤다.

황 대표는 그루폰코리아 외에 뷰티 아이템 쇼핑몰 `글로시박스`, 소셜 숙박 사이트 `윙두코리아`, IT 벤처 인큐베이팅 기업 `로켓인터넷` 한국지사의 대표도 맡고 있다. 덕분에 대표이사 명함만 4개를 들고 다닌다.

황 대표는 "삶의 기준을 다른 사람이 아닌 제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며 "그동안의 실패가 지금의 사업을 잘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그에게는 현실인 셈이다. 황 대표는 첫 번째 사업 실패에서는 마케팅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두 번째 실패에서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는 장점을 갖고 있다. 변덕이 심한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소셜커머스 사업에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는 "대부분의 고객이 20대, 30대이기 때문에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예를들어 지난번처럼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고가 보도되면 가습기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약점도 안다. 경험부족은 거래처와의 줄다리기에서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그는 "협상할 때의 노하우는 오랜 시간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내기보다는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루폰코리아가 미국 본사의 위상에 비해 한국에서의 입지는 약한 편이지만 조급해 하지 않는 이유다.

황 대표는 "작년 7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을 때 단기간에 트래픽 1위에 올랐지만 오래 끌고 가지 않았다"며 "단기간에 1위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루폰코리아는 그동안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 마케팅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연예인 모델을 내세우는 등 전략을 바꿔 좀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유치할 수 있는 고객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그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 SNS 뿐 아니라 다른 마케팅 수단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루폰은 2008년 시카고에서 시작해 현재 57개국에 진출한 소셜커머스 업체다. 유럽과 미국 지역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선발업체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황 대표가 그루폰코리아의 CEO를 맡았다. 그루폰코리아는 오는 3월, 설립 1주년을 맞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소셜커머스가 성공하려면 매력적인 상품이 기반이 돼야한다"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그루폰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 있는 외국제품을 한국에 선보이고, 한국제품을 외국에 소개하는 등 보다 경쟁력 있는 딜을 준비중"이라고 소개했다.
  
■2003년 독일 살렘왕실학교(Schule Schloss Salem)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4학년 때 휴학하고 귀국해 창업 전선에 나섰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그루폰코리아 CEO를 뽑는 시뮬레이션 테스트에 참가해 5대1의 경쟁을 뚫고 그루폰코리아의 CEO가 됐다.  
 
-실패에서 배워라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면 같은 오류는 범하지 않게 된다)
-트렌드를 읽어라
(구매자의 마음을 빨리 읽는 것이 관건. 사회·문화 이슈에 민감해야 한다)
-멀리 보고 가라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