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기현상.."같은 가격에 큰집 어때요?"

by윤진섭 기자
2008.08.10 10:00:03

은평·암사·잠실 등 중소형, 대형 전셋값 엇비슷

[이데일리 윤진섭기자]중형 전세금으로 대형 아파트 입주 가능?

대규모 단지의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대형아파트 전세금이 중·소형 아파트와 비슷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곳은 서울 은평뉴타운, 암사동, 잠실, 용인 상현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다.

입주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은 서울 은평뉴타운의 경우 211㎡(63평) 전세가격이 두 달전에 비해 1억원 넘게 하락했다. 현재는 2억원에 나온 매물도 있다. 집 크기가 절반인 113㎡(34평) 전세가격 1억7000만~1억8000만원과 별 차이가 없다.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 단지도 중대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약세다. 총 3000여가구가 동시에 입주하면서 중대형을 찾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145㎡(43평) 전세가격은 2억2000만~2억3000만원선. 전용 85㎡(25.7평) 전세가격은 2억1000만원선으로 2000만원 정도 보태면 중대형 입주가 가능하다.

1만8000여 가구의 재건축 단지 입주가 시작된 잠실 일대는 중소형 강세, 중대형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리센츠(잠실 2단지 재건축) 39㎡(12평) 전세가격은 1억5000만원 선. 112㎡(34평) 전세가격은 1억8000만원 내외다. 하지만 일부 급전세는 1억6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신천동 장미아파트 151㎡(45평) 급전세는 2억2000만원으로 같은 단지 108㎡(32평)과 비슷하다.

수도권도 비슷한 양상이다. 용인시 성복동의 수지자이 119㎡(35평) 전세는 1억5000만원이다. 인근 벽산첼시빌 2차 214㎡(64평) 전세는 1억6000만원이다. 불과 1000만원 차이다.

상현동 동일스위트 188㎡(56평) 전세가격도 1억7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급 전세의 경우 1억55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온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재건축, 택지개발 아파트가 본격 입주하면서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빈집을 채우려는 대형 아파트 집주인들이 헐값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전세금 하락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전기세, 관리비 부담이 적은 소형아파트에만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어 대형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잠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전세수요자들이 전기세, 관리비 부담이 적은 소형아파트만 찾고 있다"며 "중대형은 부담이 될 정도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