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시장 `R` 시사..연내 통화긴축 어렵다

by전설리 기자
2008.08.02 01:44:53

고용 7개월 연속 감소..46.3만명↓
실업율 5.7%..`R` 진입 우려 고조
연준 연내 금리인상 못할 듯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미국 고용시장의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올들어 고용이 7개월 연속 감소, 46만3000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실업률은 5.7%로 치솟아 과거 경기후퇴(recession)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기둔화 속에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마저 치솟자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감원에 나서면서 고용시장의 위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고용만으로는 이미 경기후퇴 국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용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출발점이기에 미국의 경기후퇴 진입이 더욱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유니크레딧 마켓의 함 브랜홀츠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후퇴 국면을 시사하는 고용 보고서"라며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더욱 암울하다"고 분석했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5만1000명 줄었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7만명 보다는 적은 수준. 6월 고용이 당초의 -6만2000명에서 -5만1000명으로 수정되는 등 5월과 6월 두달 동안의 고용도 2만6000명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올들어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총 46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특히 7월 실업률은 전월의 연 5.5%에서 5.7%로 상승, 지난 2004년3월 이후 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인 5.6%도 웃돌았다.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건설업, 금융업에 국한됐던 감원 열풍이 서비스업 등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7월 고용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부문이 7만6000명 감소했다. 제품생산 산업부문 고용이 4만6000명 줄었고, 서비스부문 고용도 3만명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일자리가 3만5000개, 건설업의 경우 2만2000개 줄었다. 특히 유통업이 1만65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스타벅스와 UAL 등이 감원을 발표하며 고용 위축이 건설업, 제조업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이달 초 1만2000명의 감원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주 1000명을 추가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후퇴 진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1, 2분기 각각 0.9%, 1.9%를 기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경기후퇴 진입은 면했다.

그러나 전날 4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0.6%에서 -0.2%로 하향 수정되면서 경기후퇴 진입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고용시장의 지속적인 위축속에 경기부양책 약발 마저 소진되면 미국 경제가 공식적인 후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전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후퇴 국면 진입 직전에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보고서는 경제가 얕은 경기후퇴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추가적인 증거"라며 "고용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론스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자들에게는 이미 경기후퇴 국면"이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미쉘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의 상승은 고용인들의 임금 협상 파워를 앗아갈 것"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임금 상승을 억제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겠지만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후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래 민간 부문에서 66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이같은 사실은 2차 경기부양책을 반대하는 어떤 주장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 고용법 프로젝트(National Employment Law Project)의 크리스틴 오웬 이사도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후퇴 우려가 고조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기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내년까지도 긴축으로의 선회가 힘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연준 고위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지만 깊어진 경기후퇴와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연준은 최근 "금융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월가 투자은행(증권사)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조치를 내년 1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페드 와처들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 수위를 낮췄던 연준이 내주 FOMC에서 다시 우려 수위를 높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조세프 라보그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취약한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며 "연준은 경기후퇴와 인플레이션 압력의 공존 속에서 불편한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트 스위스 홀딩스 USA의 캐슬린 스테판슨 글로벌 경제 담당 이사는 "연준의 손발이 묶였다"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