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준현 기자
2008.02.22 10:28:28
[이데일리 박준현 칼럼니스트] 선과 악, 두 축의 갈등 구조가 없는 스토리는 무미건조하다.
그래서 선과 악이 확연히 구분되는 이야기로 세상은 늘 양편으로 나뉘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악이 선을 괴롭히고 선이 악에게 무한히 당할 때 그때 비로소 사람은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고 선의 편에 서서 선이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하게 되는 성선설 모드로 돌아오게 된다.
그만큼 악은 사람들을 현혹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 대신 악만이 판치는 곳이 있다.
성형술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여자들은 얼굴을 의도대로 고칠 수 있게 되었고 과학의 발달로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21세기 불로초가 속속 개발되면서 진시황이 부럽지 않고 클레오파트라가 미인 축에도 못 드는 외모 지상주의라는 곳이다.
“예쁘면 뭐든 걸 다 용서할 수 있어!”
혀를 끌끌 차봐야 바로 현실감각 뒤처지는 사람으로 무시당하거나 왕따 당하기 십상인 곳이다 보니 티를 내지 않거나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선이 되는 그런 곳이라 할 수 있다.
“와, 너무 좋아. 얼굴 착하고 몸매도 착해”
결국 예쁘다는 의미가 선하다는 개념의 영역까지 삼켜버리고 장악해버린 곳이다 보니 여객기를 폭파시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공작원도 예쁜 외모 때문에 동정을 샀다던 오래 전 이야기도 결코 지어낸 이야기만은 아니었던 듯 싶다.
그런 곳이다 보니 브랜드에서도 예쁘면 그것이 최선이라는 공식은 여지없이 적용된다.
스타벅스 커피가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판다며 세련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무장을 하고 상륙을 했을 때에도
몇 백원 자판기커피에도 만족해 하던 사람들이 스타벅스로 몰려가 쓴 커피를 몇 천원씩 주고 아낌없이 사마시는 기민함과 집착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뉴요커들에게는 이른바 100% 공정무역(Fair Trade)으로 원두커피 생산자들에게 최상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오가닉의 “고릴라 커피 (Gorilla Coffee)”를 마시는 것이 스타벅스 보다 더욱 쿨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커피 판매량이 줄어 TV광고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비싼 값에 사들이며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예쁜 스타벅스에게는 착한 심성을 가진 브랜드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것에 바짝 긴장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착한 브랜드에 호응하는 세상 소식이 반갑다.
겉이 화려한 대표적인 직업, 연예인 중에서도 가수 김장훈의 자신을 희생하는 기부가 잔잔한 감동과 찬사를 받고 있고 아름다운 가게가 공정무역을 통해 네팔에서 재배하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원두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호응도 얻고 있다는 사실은 외모지상주의도 이제 한풀 꺾기고 마음이 착해야 예쁘다는 진실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이제 겉만 예쁜 브랜드 보다는 자신을 희생하는 착한 심성의 브랜드가 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단순히 돈을 벌기위해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 보다 착한 마음으로 소비자를 위해 희생 하겠다는 창업 정신이야 말로 아름다운 성공을 보장해 주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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